[농업이야기] 왜 덜 익은 게 더 비싸죠? 단감 값의 아이러니
[농업이야기] 왜 덜 익은 게 더 비싸죠? 단감 값의 아이러니
  • 경남일보
  • 승인 2021.12.28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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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30년 전 진영에 사시던 친척분이 매년 꼬박꼬박 단감을 보내주셨다. 그땐 과일이 귀했던 때라 그런지, 그때 먹었던 단감은 뭐라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환상의 맛이었다. 요즘은 단감을 동네 마트에만 가도 쉽게 살 수가 있는데 단감 값이 참 합리성이 없다고 느낀다.

단감 가격은 9월에 가장 비싸고, ‘부유’ 단감이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하는 10월 하순부터는 점차 내려가는 추세이다. ‘부유’ 단감은 1910년경 도입되어 가장 많이 재배되고 있는 품종으로 일본에서 들여왔다. ‘부유’는 원래 11월 상순 즈음에 완숙이 되어 고유의 풍미가 완성되지만, 그때 서리가 자주 오기 때문에, 단감 농가는 다 익기 전에, 10월말 즈음 미리 수확해버리는 경향이 있다. 또 가격적인 측면에서도 숙기가 다가올수록 많은 물량이 출하되어 단가가 내려가기 때문에, 더욱더 일찍 수확하려고 애를 쓴다. 결국 소비자는 아직 덜 익어 맛이 부족한 단감을 더 비싼 값으로 구입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맛없는 건 절대 안 드시는 현명한 소비자님을 위한 방법은 없을까? 농업과학기술적인 해결방법을 두 가지 정도 제안해본다.

첫째, 만생종 ‘부유’에 편중된 현재 상황에서 벗어나 조, 중, 만생종을 적절한 비율로 안배하여 생산하고, 맛이 완성된 단감을 수확해서 출하하는 구조가 먼저 형성되어야 한다. 9월에는 조생종, 10월 상・중순에는 중생종, 10월 하순부터는 만생종이 각기 제 시기에 알맞게 잘 익어 먹음직스럽게 소비자의 선택을 기다려야 한다.

둘째,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는 우리 품종이 필요하다. 단감의 주된 소비가 이루어지는 추석 명절 때 중생종 ‘태추’ 단감의 소비가 2018년도 이후 계속 증가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추석에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조생종 단감이 마땅히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경상남도에서 육성한 우리 단감 ‘올누리’는 일본 단감 ‘태추’의 단점을 개선한 품종으로써 암꽃 착생이 잘 되어 안정적인 생산이 가능하며, 9월 하순에 완숙되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새로운 단감 품종이다. 앞으로 우리 품종이 소비자의 식탁 위에 오르기까지 생산자를 포함한 관계기관의 협업과 부단한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단순명료하다. 맛있는 과일을 필요한 시기에 편리하게 살 수 있는 것이다. 수입과일에 밀려 단감의 소비가 줄어들고 있기는 하나, ‘올누리’를 포함한 품질 좋은 우리 단감을 시장에서 볼 수 있는 기간이 지금보다 길어진다면, 단감이 예전처럼 귀한 과일로 다시금 우리 곁에 자리매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김은경 경상남도농업기술원 단감연구소 재배이용담당·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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