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경남문단 그 뒤안 길(575)
강희근 교수의 경남문단 그 뒤안 길(575)
  • 경남일보
  • 승인 2021.12.30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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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5) 개천예술제 70년 기념 문학부 최계락 아동문학가(2)
진주 하면 재벌의 산실 지수면과 지수초등학교를 주목하는 사람이 많다. 언론에 보도된 바에 의하면 풍수지형으로 볼 때 명당으로 꼽힌다는 것이다. 진주는 서울 등 7대 광역도시를 제외한 전국 162개 시·군·구 가운데 230여명의 각계 엘리트를 배출해 인물 순위 1위에 오른다는 것이다. 그중 61명이 한국 경제개발에 추진 동력을 보탠 굴지의 기업인들이어서 다른 지역보다 재벌 총수들이 많다. 그 인재 배출의 산실로 80여년 전통을 이어온 곳이 승산리 195-2번지 지수초등학교다.

LG 창업주 구인회 회장은 2학년에 편입했다가 1924년 상경하여 중앙고보를 다녔다. 삼성 창업주 이병철은 1922년 3학년에 편입, 6개월을 다니다가 같은 해 9월 수송보통학교로 전학했다. 구회장과 이회장은 한 반에서 동문수학했다. 지수초등학교 출신 재계인사들은 구철회, 허정구, 구정회, 허준구, 구자경, 구평회, 구두회, 허신구 등 헤아리기 숨이 가쁠 지경이다.

아동문학가 최계락은 그 재벌 산실의 학교 지수초등을 다녔다. 아동문학가가 살았던 마을은 임내마을 양지바른 곳 대밭이 있다. 생각해 보면 최계락은 그 재벌들 못자리에서 끼여 자랐는데 특유의 정기는 더 많이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재산은 유한하지만 명작은 살아서 영원 만대를 흘러갈 것이기 때문이다.

최계락은 유난히 일찍 등단하여 나라 전역에 이름을 뿌렸다. 동시인의 경우 일반 등단의 개념을 뛰어넘는다. 이원수는 15세에 ‘고향의 봄’을 써서 국민적 동요를 만들어냈고 백석의 제자 강소천은 16세에 어린이 잡지에 동시, 동요를 발했다. 최계락은 초등학교 6학년을 두 번에 걸쳐 다녔는데 두 번째 6학년때 (1943) 주간 소학생지에 ‘조각달’이라는 동요를 발표했다. 필자가 태어나던 해이다. 1944년 진주중학교 1학년 때 ‘문예신문’에 동요 ‘고갯길’을, 1947년 4학년때 ‘봉화’지에 동요 ‘해 즈믄 남강’(진주 평거 녹지공원 시비)이, ‘새동무’에 ‘새 일꾼 어린이’ 등을, 6학년 고3때 ‘외로운 고개’ 등등 이 시기에 전국의 잡지를 작품으로 도배했다.

그러니 그 무렵 최계락을 만난 이형기는 하늘에 떠 있는 별로 보고 존경의 염을 감추지 않았던 것이다.그때 만나던 순간을 이형기는 다음과 같이 썼다.

“백일장 시상식이 끝나자 진주중학 제복을 입은 키 큰 학생이 나를 찾아와 손을 내밀었다. 최계락군이었다. 초면이었지만 나는 최군을 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럴 것이 당시 최군은 전국의 여러 아동잡지에 상당수 동시를 발표한 기성시인이었고 또 ‘문학청년’이라는 동인지의 중심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평소부터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기를 바라고 있던 최군이 먼저 나를 찾아와 인사를 청한 것이다. 커다란 영광이 아닐 수 없었다. 최계락군과 박재삼 군을 만나게 된 것은 영남예술제가 나에게 안겨준 백일장 장원 이상의 행운이다. 그러나 최군은 유명을 달리한지 어언 20년이나 된다. 사람이 너무 착해서 내가 ‘수염난 천사’라고 별명을 붙였던 최군의 명복을 다시 빈다.”

이 글은 이형기의 개천예술제 40년사 회고글이다.

최계락이 남긴 ‘외갓길 1’을 보자. “복사꽃 바알갛게/ 피고 있는 길// 파라니 오랑캐가 / 피어 있는 길//엄마한테 손목 잡혀/ 나서 첨으로 // 하늘 하늘 아가의 /외갓집 가는 길은// 나비가 앞장 서는/ 붉은 언덕길// 바람이 앞장 서는/ 파아란 들길”

동시 속에 등장하는 사람은 어머니와 아가이고 이야기를 끌고 가는 이는 따로 있다. 화자는 아버지일 수도 있고 형님일 수도 있다. 아가보다는 분명히 나이를 더 먹은 사람이다. 이런 시를 성인 동시라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전체적으로 7, 5조를 2행으로 배치하고 있는데 정직한 7, 5조가 아니라 자수가 한 두자씩 넘나든다. 그래서 어른이 읽는 동시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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