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포퓰리즘, 국민이 심판하자
[경일시론]포퓰리즘, 국민이 심판하자
  • 경남일보
  • 승인 2021.12.30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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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석 (객원논설위원·경상국립대학교 명예교수)
정치의 계절, 대선이 몇 달 남지 않았다. 선거는 이기면 권력을 독점하지만, 지면 청산의 대상으로 전락할 수 있는 승자독식 게임이다. 그래서 사생결단의 배수진을 치고, 이기고 보자는 욕심에 사로잡힌 나머지 포퓰리즘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포퓰리즘은 당장에는 달콤하고 민심을 현혹할 수 있기 때문에 효과적인 선거전략으로 흔히 이용된다. 특히 많은 국민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힘든 시기에 포퓰리즘은 선거전략상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당장 손에 쥐어지는 것이 급한 일반 대중의 조급증에 편승해 개혁이라는 명분으로 선심성 물량공세를 퍼붓고 표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피해 정도와 상관없이 지급하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으로 국민을 유혹하고, 과도한 임금인상으로 노조의 환심을 사고, 지속 불가능한 복지혜택을 늘려 저소득층의 표심을 사로잡는가 하면, 감세정책으로 중산층에도 선심공세를 계속한다. 이는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경제의 기본원리를 무시하고 시장을 교란시킬 뿐만 아니라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이다. 과도한 임금인상은 경제활동을 위축시켜 장기적으로 실업률을 높이고, 세수 기반 없는 복지지출 확대는 국채남발로 재정 악화와 인플레이션을 야기해 경제를 침체의 늪에 빠뜨릴 위험이 있다.

더 큰 문제는 포퓰리즘은 한번 빠지면 헤어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포퓰리즘의 달콤한 맛에 빠지면 장기적 비전을 위해 당장의 어려움을 감내할 사회적 인내심을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포퓰리즘으로 망가진 사회의 집단적 조급증은 더욱 기승을 부려 또 다른 포퓰리즘을 부르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포퓰리즘을 극복하지 못해 파멸로 간 대표적인 사례가 아르헨티나의 페론주의다. 아르헨티나의 페론은 정의와 제3의 길을 운운하며 자신의 포퓰리즘을 포장했지만 실제로는 대책 없는 퍼주기 정책에 지나지 않았다. 페론의 부인 에비타는 손을 벌리는 사람이면 누구에게나 선심성 동정을 베풀고, 배고프고 불쌍한 사람을 보면 조건 없이 퍼주니 당장의 인기가 높을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는 참담했다. 한때 세계 경제 7위였던 아르헨티나는 국가부도 사태가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가운데 최근에는 실업률 15%, 물가상승률 60%, 빈곤율 40% 등에 이르는 경제위기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포퓰리즘은 대개 민주, 평등, 공정, 복지 등 우리가 추구하는 바람직한 이상으로 포장돼 있기 때문에 구분해 내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국민은 항상 깨어 있어야 하고 냉철해져야 한다. 이상과 현실의 갈등은 불가피하다. 현실 세계는 이상을 추구하기 위해 자기희생도 마다 않는 인격자들만 사는 곳이 아니다. 이기심과 욕망에 이끌리는 보통 사람들로 훨씬 많이 채워져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이상을 꿈꾸면서도 현실의 다양성과 복잡성, 이로 인한 이상의 한계를 인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상의 나열은 공허한 구호가 돼 포퓰리즘의 도구로 전락하게 된다.

국가의 장기적 비전도 없이 무책임하고 기회주의적이며 눈앞의 이익에 급급한 사회현상을 보면 포퓰리즘의 망령이 이미 우리 사회 전반에 만연돼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아마도 얼마 남지 않은 선거기간 동안 듣기에 솔깃하고 실현 불가능한 허황된 공약들이 더 쏟아질 것이다. 이런 포퓰리즘을 걷어내고 극복해야 할 사람은 깨어 있는 우리 국민밖에 없다. 이번 대선에서는 망국의 포퓰리즘을 반드시 국민의 현명한 투표로 심판해야 하지 않겠는가.
 
김진석 (객원논설위원·경상국립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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