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이레끝(주말)에 해가 바뀌는 날이 있었습니다. 빛무리 한아홉(코로나19) 때문에 해맞이 모임을 하지 않기로 해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곳곳에 새해 첫 해돋이를 보러 가신 분들이 없지는 않아서 예쁜 해를 찍어 보내 주신 것을 실컷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저마다 떠오르는 해를 보며 이런저런 바람과 다짐들을 하셨을 겁니다. 앞서 이런 새해 다짐과 아랑곳한 토박이말을 알려드린 적이 있는데 생각이 나실지 궁금합니다. 생각이 나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그렇지 않은 분도 계실 것 같아서 다시 되새겨 보고자 합니다.
먼저 ‘속다짐’이란 말을 알려드렸습니다. 여러분이 해돋이를 보시면서 ‘올해는 꼭 이것만을 하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을 했다면 ‘속다짐’입니다. 그리고 살붙이들이 함께 우리 올해는 꼭 살을 함께 빼자고 말로 다짐을 했다면 ‘입다짐’이 되겠습니다. 그리고 여러 가지 다짐을 어딘가에 글로 적었다면 ‘글다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 ‘글다짐’이란 말은 아직 말집 사전에 올라 있지 않는 말이라는 것도 알려 드렸습니다.
이런 다짐과 아랑곳한 말 가운데 ‘도스르다’는 말을 하나 더 알려드리겠습니다. 이 말은 우리가 ‘무슨 일을 하려고 별러서 마음을 다잡아 가지다’라는 뜻을 가진 말로 ‘마음을 도스르다’처럼 쓸 수 있겠습니다. 여러분이 새해에 살을 빼려고 밥을 반 그릇만 먹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다면 “새해부터 밥을 반 그릇만 먹기로 마음을 도슬렀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새해에 도스르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요?
이어서 나날살이에 알고 쓰면 좋을 토박이말을 한 가지 더 알려드리겠습니다. 앞서 해맞이를 할 때는 해돋이를 보기 좋은 곳에 사람이 많이 모이기 때문에 그게 싫은 분들은 사람이 많지 않은 곳을 일부러 찾아 가기도 합니다. 그렇게 사람이 가지 않는 곳을 가리키는 토박이말이 있는데 그 말이 바로 ‘도린곁’입니다. 이 말을 말집 사전에서는 ‘사람이 많이 가지 않은 외진 곳’으로 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많지 않은 곳에서 조용히 해돋이를 보러 도린곁으로 갈 수도 있지만 저는 그렇게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날도 어둡고 추운데 사람들이 없는 곳에 갔다가 안 좋은 일을 겪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일이 아니더라도 사람들은 “외진 곳에 가지 말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그런 곳에서 궂은 일이 많이 일어나기 때문일 것입니다. 앞으로 ‘외진 곳’,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곳’이라는 말을 써야 할 때 ‘도린곁’을 떠올려 써 보시기 바랍니다. 무엇보다 요즘처럼 아직은 낮이 짧고 밤이 긴 때에는 얼른 어두워지기 때문에 아이들은 말할 것도 없고 어른들도 혼자 도린곁에 가는 것은 삼가는 것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