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 일본 침몰과 한국의 부상
[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 일본 침몰과 한국의 부상
  • 경남일보
  • 승인 2022.01.17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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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대표적 SF 작가 코마츠 사쿄(小松左京)의 대표작인 ‘일본침몰’은 대규모의 지각변동으로 일본이 바다 속으로 가라앉아 소멸하고,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인간들의 비극을 다루고 있다. 1964년부터 73년까지 9년여에 걸쳐 장기간 집필된 대작으로, 출간 1년여 만에 400만부에 가까운 밀리언셀러가 되었고 동시에 영화화도 이루어져서 1973년에 개봉하여 크나큰 히트를 쳤었다. 그 뒤 2006년에 2부가 공개되었었다. 실제로 일본은 지구온난화 등으로 해수면이 상승할 경우, 일본 열도 가운데 일부지역이 침몰할 수도 있고, 후지산의 화산폭발과 도카이 대지진이라는 두 가지의 재앙이 상존한다. 이 두 가지 재앙은 일본의 지진 전문가들조차 이구동성으로 ‘반드시 일어난다’라든가, ‘일어날 것이다’라고 확신하고 있을 만큼 발생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일본은 이러한 자연적 재앙들로 침몰할 위험성이 높기도 하지만, 사회경제적으로도 심각한 퇴조와 몰락 현상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일본은 부동산 거품이 꺼진 1991년부터 2010년까지 이어진 경제 침체로 이른바 ‘잃어버린 20년’을 겪었다. 그러면서 일본은 경기회복과 재도약을 위한 갖가지 정책대안과 처방을 동원하면서 2020하계올림픽 특수를 전환점으로 삼고자 하였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올림픽을 다음해로 연기하기도 하였으나 무관중 경기로 치러지는가 하면 예기치 못한 여러 가지 돌발변수들로 인하여,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의 보도에 따르면 소요된 비용이 역대 올림픽 적자 중 최고 수준인 280억 달러(32조원)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올림픽 후유증으로 사회 경제적 상황이 더욱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듯하다.

일본의 경제주간지인 ‘슈칸(週刊)다이아몬드’는 1월 15일자 발간 호에서 다음과 같이 시작되는 특집기사를 실었다. “일본의 국제적 위상은 경제 성장률, 주가 상승률, 교육환경, 엔화 구매력, 재정 건전성 등 다양한 측면에서 추락하고 있다. 부유층을 비롯해 정보에 민감한 사람들이 이러한 일본을 버리기 시작했다” 이 기사의 제목에 등장하는 ‘몰락 일본을 덮친 7중고’라는 표현이 이목을 끌고 있다. 기사의 내용은 다음과 같이 이어진다. “지금 우리는 일본 예찬 붐에 취해 있을 수 없을 만큼 ‘일본 침몰’의 현실에 직면해 있다. 현재의 일본을 보여준 거울이 된 것은 코로나19 사태였다. 일본은 지금 ‘7중고’에 격침되고 있다.”

기사는 최근 ‘교육 후진국’의 현실도 부각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18년 세계 72개 국가·지역의 15세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PISA2018)에서 일본은 인터넷, 컴퓨터 사용 등을 포함한 대부분 항목에서 전체 평균을 밑돌았다. ‘학교 밖에서 주 1~2회 이상 컴퓨터를 사용해 숙제를 한다’고 한 응답 비율은 미국, 영국 등 구미는 대체로 67% 이상, 한국 등 동아시아 지역은 50% 이상이었지만, 일본은 고작 9%에 불과해 다른 지역과 큰 격차를 보이며 최하위를 기록했다.

한편, 일본의 이러한 위기적 상황을 냉정한 시각으로 관찰하고 있는 일본의 재무성 관료를 역임한 바 있는 경제석학 노구치 유키오(野口悠紀雄·81) 히토츠바시대 명예교수는 “일본은 20년 후 경제규모에서 한국에 추월당한다”고 예언하였다. 그가 지난해 12월 12일 일본 경제전문 미디어인 ‘겐다이비즈니스(現代ビジネス)’에 기고한 글에서 지적한 말이다. “한국은 1인당 GDP나 임금 수준 등에서 일본을 이미 넘어섰거나 넘어서려 하고 있다. 많은 지표에서 한국은 이미 일본을 앞질렀다. 실질임금은 수년 전에 높아졌고, 국가경쟁력 순위도 일본보다 위다. 디지털화는 말할 것도 없다. 물론 선진국의 기준이 되는 1인당 GDP는 일본이 현재 4만 달러, 한국이 3만 1000달러 수준으로 일본이 높다. 하지만 일본이 2000년부터 20년간 1.02배 성장한 데 비해 한국은 2.56배 성장했다. 이대로라면 몇 년 후에는 확실히 한국이 일본을 추월한다.”

경상국립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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