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남의 포엠산책 (68) 얌전한 사람/우대식
강재남의 포엠산책 (68) 얌전한 사람/우대식
  • 경남일보
  • 승인 2022.01.23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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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얌전한 사람/우대식
 

 



한겨울 돼지 다리를 잘라 소금에 절여 정주간에 걸어놓고 베어 먹던 원주 시절, 겨울날 저녁 불 때는 연기가 산 아랫마을로 내려가고 오래된 사람들처럼 수염을 달고 술을 마시면 산짐승이 어슬렁대다가 돌아갔다. 어떻게 건너왔을까? 노린내가 진동하는 너구리를 삶아 절절 끓는 방에서 눈을 희번덕이며 굵은 소금에 찍어 서로의 입에 넣어주던 거칠고 부드럽던 시간, 얌전한 사람이 되어 가는 것이 서럽다. 눈이 수북수북 쌓이던 저녁나절 바라보던 앞산처럼 의젓하게 또 한 해를 맞고 낯선 이방의 땅에서 먼 곳을 그리워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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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산책… 마음은 그대로인데 사람만 늙는 일은 얼마나 불행일까요. 그런 생각을 어린 나이에 했으니 이는 어떤 연유에서 비롯된 일입니다. 꽃을 키우던 엄마는 꽃잎을 닦으며 예쁘다 예뻐서 어쩌나, 하는 말을 입버릇처럼 했어요. 그것을 보면서 마음이 늙지 않은 엄마가 가엾어 보였던 건 왜일까요. 나는 마음과 몸이 같이 늙어야지. 그런 생각을 왜 했는지 지금 생각해도 알 수가 없습니다. 지금의 나를 돌아보면요. 글쎄요. 몸은 늙어가는데 마음은 쉽게 늙어지지 않은 것 같아요. 비로소 엄마가 이해되는 순간을 건너는 것 같아요. 깊은 여름 손톱에 봉숭아꽃물을 들인다거나 겨울이면 첫눈을 먼저 기다리는 일 같은 것요. 바깥이 온통 하얀 곳에 창을 두고 차를 마시는 일 같은 것요. 이방의 땅에서 이방인이 되는 나를 쓸쓸하게 품어보는 일은 행복하고 아름다운 일이에요. 거칠고 부드러운 시간을 잘 건넌 어느 시인의 이야기를 한 권 책으로 읽으며 가슴 저린 시간을 같이 건넙니다. 앞산처럼 의젓하게 해를 맞고 보내는 땅의 사람이여, 그대들이 거룩한 이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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