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세계 곳곳에 전파되는 K-농업
[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세계 곳곳에 전파되는 K-농업
  • 경남일보
  • 승인 2022.01.25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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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K-pop을 필두로 K-드라마, K-시네마, K-푸드, K-뷰티, K-문화 등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 보급되는 가운데, K-농업도 세계 곳곳에서 또 다른 붐을 일으키고 있다. 중남미 대륙뿐 아니라 아시아·아프리카 여러 나라들에서도 한국의 농업기술 보급을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들이 여러해 전부터 추진되어오고 있다. 농업진흥청의 해외농업기술개발(KOPIA)사업이 그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22개국 코피아센터에서는 벼·옥수수·참깨·땅콩 등 각종 농작물뿐만 아니라 육계와 축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목들에 대한 기술개발과 신품종 보급 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 중이다.

가장 주목받는 성공적 사례라면, 한국의 통일벼를 가져다 개량한 후 현지화에 성공한 아프리카 세네갈 ‘이스리(ISRIZ)’다. 세네갈은 1인당 GDP가 1400여 달러(2020년 기준) 밖에 안 되는 가난한 나라다. 주식이 쌀로 서아프리카 최대 쌀 소비국인 세네갈은 자급률이 낮아 연간 필요한 양의 절반 이상을 외국에서 수입(연간 80여만 t)에 의존해왔다. ‘나라 꽃’을 벼로 정할 정도로 쌀농사가 국민의 삶에 필수불가결한 작물이지만, 아프리카의 건조한 기후와 척박한 토양 그리고 낮은 수준의 농업 기술 등으로 늘 식량난에 허덕여 왔다.

농진청은 이미 2010년부터 아프리카 23개국이 참여한 한-아프리카 농식품 기술협력회의체인 ‘카파치’(KAFACI)를 운영하고 있었다. 카파치는 참여 회원국과 함께 현지 풍토와 여건에 맞는 농업기술을 개발해 보급하는 프로그램이다. 세네갈 측의 절박한 요청을 받은 농진청은 카파치를 통해 ‘아프리카 벼 개발 파트너십 사업’에 착수하게 된 것이다. 이 사업은 카파치가 ‘아프리카 벼 연구소’ 등 3개 국제기구와 손을 잡고 2016~2025년까지 10년 동안 아프리카에 수량성 높은 벼 품종 개발을 지원하는 프로젝트로, 세네갈도 이 사업에 동참하게 된 것이다. 2017년 그렇게 탄생한 세네갈 형 통일벼 품종이 ‘이스리’(ISRIZ)다. 이 새로운 벼 품종은 한국의 통일벼 품종인 ‘밀양23호’ ‘태백’을 가져다가 현지에 맞게 적응 시험을 통해 얻게 된 산물이다.

이스리의 재배 결과는 놀라웠다. 단위면적(㏊) 당 생산량, 품질 등 모든 면에서 기존에 세네갈 현지에서 전국적으로 재배하고 있던 사헬(Sahel) 품종을 뛰어넘었다. 사헬보다 수확량이 2배나 높고 밥맛도 월등히 좋아 소비자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한다. 이스리는 ㎏당 세네갈 돈으로400세파프랑(한화 약 800원)으로, ㎏당350세파프랑(한화 약 700원)인 사헬보다 비싸게 팔리고 있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현지 농가에서 이스리의 재배면적은 매년 늘고 있다. 2018년 500㏊에서 2019년 2000㏊, 2020년 6000㏊로 늘어나는 추세다.

세네갈뿐 아니라 아프리카 각국으로 한국의 쌀 품종은 확산 중이다. 농진청은 그동안 19개 나라에 맞는 쌀 품종 55개를 개발했다. 우간다·케냐·가나에서도 8개 품종이 개발된 상태이고, 다른 9개국에서는 37개 품종의 지역 적응시험이 추진 중이다. 한국의 벼 품종과 농업기술 개발 프로젝트는 아프리카에 국한되지 않는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중남미 국가인 파라과이에서도 최근 한국의 지원을 받아 벼 시범사업이 시작됐다. 파라과이는 쌀농사가 농가의 주요 소득원이지만, 자체 육성 품종이 없어 주로 이웃 나라인 브라질, 아르헨티나에서 종자를 받아 재배하고 있다. KOPIA 파라과이센터는 10여 년 전부터 현지 농업연구청과 함께 파라과이 풍토에 맞는 신품종 벼 육성 사업을 추진해 왔다. 2018년 11월 파라과이 최초의 새로운 품종(CEA-5KPUNTA)을 개발해 정식 품종 등록하는 데 성공했다. 신품종을 현지 농가에서 재배한 결과 단위면적(㏊)당 생산량과 소득이 기존 외래 품종보다 29%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식물 유전자원 26만개를 보유한 세계 5위 ‘종자 강국’으로서 10년 내 100가지 농업기술을 전 세계에 보급하는 등, K-농업으로 지구촌 5000만 명의 식량을 해결하겠다는 비전을 설정해 두고 있다.

경상국립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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