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무인모텔 출입 단속 ‘구멍’
미성년자 무인모텔 출입 단속 ‘구멍’
  • 백지영
  • 승인 2022.01.25 18: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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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증 없이도 결제 후 입실 가능
집단폭행 등 각종범죄 장소 악용
“미성년 투숙 원칙적으로 금지해야”
무인모텔에서 일부 청소년들의 탈선행위가 잇따르고 있지만 현행법으로는 미성년자의 단독이나 동성간 입실은 제재가 불가능하고, 법적 처벌 대상인 청소년 남녀 혼숙조차 차단이 쉽지 않아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최근 진주 한 무인모텔에서 10대 여학생 6명이 새벽 시간대 동갑내기 여학생을 집단 폭행하고 성매매를 강요하는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현행법상 대부분의 숙박업소는 청소년 남녀 혼숙을 제한해야 하지만, 청소년이 혼자 혹은 동성과 입실하는 것에는 아무런 제약이 없다.

◇무인모텔, 혼숙 차단 쉽지 않아=문제는 무인모텔이 법적으로 금지된 미성년자 혼숙조차 차단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청소년보호법 시행령은 업소에 종사자를 배치하지 않은 경우 신분증 진위를 지문·안면 대조로 확인하는 전자 식별설비를 갖추도록 하고 있지만, 상당수 무인모텔은 신분증 없이도 결제 후 입실이 가능한 무인 자판기만 비치하고 있다.

‘무인모텔’을 표방하고는 있지만 “투숙객을 대면하지 않는 사무실에 업주 등이 근무한다”는 점과 “미성년자 단독 출입 후 다른 성별의 방문자가 추가 합류하는 경우는 못 막아 실익이 적다”는 이유 등이 그 명분이다.

이러한 업소들은 업주 등이 사무실에서 실시간으로 CCTV(폐쇄회로 텔레비전) 화면을 통해 혼숙 고객 나이를 추정하고, 미성년자라는 의심이 들면 퇴거를 요청하는 방식을 취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대면이 필요 없는 ‘무인모텔’이라고 광고 중인 만큼, 교복을 입는 등 외적으로 미성년자라는 사실이 명백한 경우가 아니라면 마스크 착용 등으로 나이 가늠이 어려운 손님이 방문할 때마다 신분을 확인하는 게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특히 업체 상당수가 경기 침체 등으로 직원 수를 과거의 절반 수준으로 줄인 탓에 심야에는 무인자판기를 통한 투숙객 확인해 소홀하기 쉽다.

정경재 대한숙박업중앙회장은 “코로나 이후 21시면 손님이 뚝 끊기다 보니 이제는 심야 근무자 없이 주인이 낮과 밤 모두 근무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여성가족부의 ‘2020 청소년 유해환경 실태조사’를 살펴보면 이성과 숙박업소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도내 청소년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6%는 나이 확인 없이 입실이 가능했다고 답했다.

◇코로나에 청소년 방문↑…현황 파악 無=대검찰청의 ‘2021 범죄 분석’에 따르면 2020년 미성년자 대상 성폭력 범죄 중 1472건(23%)은 숙박업소 등에서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에는 ‘포항 10대 남학생 5인조 무인모텔 난동 사건’ 등 미성년자 청소년 동성 간 투숙도 범죄로 번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코로나19로 다중이용시설 이용에 제한이 생기자, 일부 청소년들이 탈선 장소로 무인모텔 등 폐쇄적인 숙박업소를 찾는 풍선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경찰과 지자체는 범죄 신고에 따른 사건 처리 외에는 사실상 단속에 손을 놓고 있다. 법적으로 ‘무인모텔’이라는 항목이 없다는 이유로 지역 내 현황 파악조차 없이 사실상 관리 사각지대에 방치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미성년자 투숙은 이성·동성 고하를 막론하고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수험생 고사장 인근 투숙이나 수학여행 같은 예외적인 경우에만 보호자 동의 등을 전제로 허용하자는 이야기도 나온다. 다만 이 경우 가정폭력 등 다양한 이유로 방황하는 청소년들이 갈 곳을 잃고 노숙이나 가출팸(가출 청소년들의 공동체) 합류 등 상황이 악화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어 보다 깊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백지영기자 bjy@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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