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성묘는 조화대신 ‘생화’로
[기자의 시각]성묘는 조화대신 ‘생화’로
  • 박준언
  • 승인 2022.02.02 14: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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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설에도 차례를 지내고 성묘를 하는 사람들이 전국 공원묘원에 줄을 이었다. 한 해를 맞아 조상에게 절하고 발복(發福)을 비는 이런 풍경은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풍습이다.

성묘객들이 조상 묘소를 찾으면서 공원묘원이나 길거리에서 파는 인공 꽃을 몇 송이씩 구입해 장식하는 게 일상화 됐다. 그런데 이 꽃들이 플라스틱과 철로 만들어져 분해되지 않고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사실과 대부분 중국에서 수입된다는 것을 인식하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성묘객이 꽂아두고 간 이 인공 꽃은 햇빛과 비바람을 맞으며 작은 입자로 흩어져 토양과 대기를 오염시킨다. 입자가 작아 그대로 땅속으로 스며들거나 바람에 멀리까지 날아간다.

공식적으로 파악된 전국의 공원묘원은 국립과 사립을 합해 470여개다. 이곳에 들어서 있는 묘기만도 165만개나 된다. 개인이 놓고 가는 조화는 몇 송이 불과하지만 전국적으로 보면 그 수는 엄청난 양이다. 한 해 중국에서 수입되는 조화(造花) 량이 수천 톤에 달하고 그중 상당수가 공원묘원에서 소비될 것으로 짐작된다.

이런 때 김해시가 지난달 전국 지자체 최초로 공원묘원 내에 플라스틱 조화 반입을 금지하는 시책을 내고 시민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환경오염 방지와 대기질 개선 차원에서 시도한 이 시책은 환경적으로 우수한 정책이라는 평가가 잇따르면서 전국으로 확대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김해시는 환경부와 국가보훈처에 국립서울현충원을 비롯한 전국 10개 국립묘지와 전국 공원묘원에도 이 제도를 시행할 것을 건의했다. 김해시는 공원묘지 내 플라스틱 조화를 없애면 지역에서만 플라스틱 쓰레기를 연간 14t 이상, 소각 시 배출되는 탄소 배출량을 연간 11t 이상 감소시킬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를 전국 공원묘원으로 확대하면 연간 500t 이상의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김해시는 조화 대신 생화(生花)를 사용할 경우 환경오염 걱정을 덜고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화훼농가도 살릴 수 있다는 명분도 제시했다. 조화 평균 가격이 5000원에서 1만원 사이다. 생화는 이보다 더 저렴하다. 생화의 수명도 종류에 다르지만 평균 보름까지 간다고 한다.

이번 시책에 동참한 한국화훼자조금협의회는 수명이 한 달까지 가는 꽃을 개발 중이다. 앞으로 성묘 길에는 조화대신 생화를 들고 가자. 말없이 누워있는 조상님도 가짜 꽃보다는 향기나는 ‘진짜 꽃’을 좋아하시지 않을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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