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강홍의 경일시단]결(주강홍)
[주강홍의 경일시단]결(주강홍)
  • 박성민
  • 승인 2022.02.06 15: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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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도 물결이 있었구나

썰리고 밀려온 심장의 박동을 삼키고 있었구나

저 해안선의 모래들처럼 함부로 온몸을 맡기고

밤새 달빛에 출렁인 적도 있었구나

나직이 부르는 너의 이름에 수줍은 귀를 움츠리며

천상의 밧줄을 당겼겠구나

아 여기쯤

밤새 격랑의 저 검은 불안들이 벽으로 몰아쳐

빗장을 걸고 지키던 상처의 흔적이구나

대패질에 몸을 맡긴 나무야

묘비명 같은 옹이 자국으로 동그랗게 쳐다보는 나무야

나도 너와 다르지 않아서

지금도 물결로 일렁이고 있단다

방파제를 넘은 해일처럼 난파선으로 쓸리기도 하고

등대 같은 희미한 불빛으로

노동의 힘든 노를 젓기도 한단다

옹이 투성이의 가슴이 너를 닮았구나

우리가 등을 맞대고 멀어지고 가까워지는 동안

결 하나씩을 인쇄하고 있었구나

세상의 결들이 속으로 새겨지고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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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을 쇤다고 허둥대다보니 벌써 입춘이 지난다,

뿌리들도 봄의 기척을 알고 물을 끌어올릴 준비를 하고 먼 산의 눈들도 녹아서 냇가를 적실 태세다.

겨우 내 얼어붙었던 것들이 이쯤 해서 다시 생장의 시작을 해야 할 줄 아는 것은 반복된 학습 속의 자연의 섭리다. 거부할 수 없는 명제다.

세상일에 하고 싶다고나 싫다고 다 선택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리고 그러므로 그리하여 그러느니 견디는 것이 사람살이다.

나목 또한 지닌 결을 뒤로하고 또 처절한 결을 새기기까지 희망과 비애를 겹치며 또 얼마나 환희와 비통을 나누어야 할까, 이 엄중한 한 해에, 모든 분들의 단단한 생존을 거들며 졸 시 한 편을 세상과 함께한다.



주강홍 경남시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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