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야기] 기후변화 위기를 기회로, 아열대과수 재배 확산
[농업이야기] 기후변화 위기를 기회로, 아열대과수 재배 확산
  • 경남일보
  • 승인 2022.02.08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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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로 한반도가 뜨거워지고 있다. 한반도 기후가 습하고 더운 아열대성으로 변하면서 재배 작물의 식생지도 변화하고 있다. 한랭성 식물의 분포지가 축소되는 반면 난대성 식물의 분포지는 확대되고 있다. 망고, 파파야, 백향과(패션프루트), 바나나 같은 아열대과수의 재배지역은 제주도를 벗어나 경남, 전남 등 내륙으로 북상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국내 아열대과수 재배면적은 지난 2010년 33.9㏊에서 2014년 58㏊, 2020년 171.3㏊까지 증가했다. 10년 새 무려 5배 수준으로 늘었다. 이러한 급격한 증가는 따뜻해진 기후와 함께 다문화가정의 증가와 음식문화의 세계화도 영향을 미쳤다.

아열대과수는 제주도를 비롯한 영호남 농가들에 새로운 고소득원으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망고, 용과, 파파야, 백향과 등 국내에서 재배되고 있는 아열대과일은 신선과일이라는 이미지가 강해 수입산에 비해 월등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

대부분 동남아에서 수입되는 아열대과일은 배로 수송하는데 1개월 이상 걸리며, 냉동과정을 거치더라도 신선도가 떨어진다. 반면 국내 농가에서 생산된 아열대 과일은 수확 후 3일 이내 안방까지 전달된다.

국내산은 맛과 품질면에서도 뛰어나다. 망고의 경우 수입산은 과실파리라는 해충 검역을 위해 섭씨 75도에서 30분 동안 중열처리를 한 후 영상 2℃에서 영하 4℃ 사이로 냉동저장 된다. 이 과정에서 망고 특유의 달콤한 향기는 사라지고 과육은 붕괴된다. 국내산 바나나는 나무에서 충분히 익은 후에 수확하기 때문에 덜 성숙한 상태에서 수확해 수입하는 동안 후숙된 외국산 바나나보다 품질이 뛰어나다.

또 외국산의 경우 어떤 농약이 사용됐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고 검역 과정에서 고온이나 농약을 이용한 살균처리 등을 거치기 때문에 안전에 대한 신뢰에도 한계가 따른다.

이와 같은 수입산과의 차별성으로 인해 국내산 아열대 과일은 프리미엄 과일로 인정받으며 높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농가 입장에서도 아열대 과수 재배는 여러 장점을 가지고 있다. 화훼나 토마토, 파프리카 등을 재배하다가 아열대 과수로 전환하는 사례가 많은데 기존 재배작물 대비 노동력이 크게 감소되고 별도의 사용료(로열티)가 없다는 점이 장점이다. 종자 형태로 구입해야 하는 화훼, 시설채소 및 아열대 채소는 종자 가격에 로열티가 포함되어 있지만 아열대 과수는 개발된 지 오래돼 로열티를 지불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겨울철에는 보조가온이 요구되어 난방비 부담이 크다. 또 새로운 품종은 기술정보가 없어 실농하는 사례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소비자 기호에 맞는 다양한 품종 도입 및 가공법과 이에 따른 유통시장 확보도 문제다.

기후변화 속에서 아열대 과수의 도입 및 확대는 피할 수 없는 선택으로 우리 농업에 위기이자 기회가 될 것이다. 국가 차원에서 장·단기 대응계획을 세밀하게 세워 품종 개발과 병해충 방제 등의 문제를 차질없이 해결해나가야 한다. 농가는 무턱대고 재배할 것이 아니라 작물의 특성을 이해하고 재배 여건과 판로 확보 고려, 교육 및 전문가 상담을 통해서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아열대 과수 발굴과 기후변화 대응기술을 함께 갖춰 나간다면 한국농업은 지속가능한 미래농업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박경미 경상남도농업기술원 원예연구과 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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