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임진대첩계사순의단’은 결코 의총을 대신할 수는 없다
[경일춘추]‘임진대첩계사순의단’은 결코 의총을 대신할 수는 없다
  • 경남일보
  • 승인 2022.02.09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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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웅 (경상국립대 명예교수)
 



1987년 12월, 진주성 내에 건립된 ‘임진대첩계사순의단(壬辰大捷癸巳殉義壇)’은 임진왜란 시 진주성 전투에서 순절한 충혼들을 위무하기 위해 세운 단으로 숭고한 진주선열들의 충정에 대한 후대인들의 진정한 존경과 흠모(欽慕)의 표지이다.

그러나 한편 순의단에 대한 부적절한 설립과정과 구조적인 모순에 대한 지적과 논란이 있다. 430년 전 세계 전사 상 가장 많은 지역민이 참혹한 학살을 당했던 나라나, 당해 지역의 후손들이 아직도 선대 망자들을 위한 정상적인 안식처조차 제대로 마련하지 않고 있다면 불충(不忠)과 무례(無禮)일 것이다.

임진대첩계사순의단의 정체성과 부적절한 형태를 각종 사서, 예서 등 정통고전문헌을 바탕으로 제단으로써의 타당성을 살펴본다.

첫째 이중제단이라는 큰 오류를 범하고 있다. 즉, 전쟁의 큰 승리로 타계한 영령과 억울함과 한으로 타계한 영령을 동일한 장소에 모시면 안 된다. 둘째 다수 민간인들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제단이나 무덤에는 특별한 호칭(呼稱)이나 명명(命名)이 있을 필요가 없다. 셋째 제단이 설치되면 그 서북쪽에 무덤(塚)을 필히 조성해야한다. 넷째 풍수지리에 적합한 명당에 모셔야 한다. 다섯째, 많은 이들을 하나의 무덤에 모시지만 주변은 넓은 면적의 땅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실제 모든 이에게 개인별로 모실 수 있는 부지가 확보돼야하기 때문이다. 여섯째 제단 자체에는 특히 억울하게 돌아가신 다수의 영령들에 관한 당시의 인적사항이나 그 내력은 결코 기록할 필요가 없다. 특히 당시에 기록된 원문을 번역하거나 외국어로 표기해서는 안된다. 그런 내력이나 인적사항은 주변의 신도비나 안내도에 따로 기록하면 된다. 일곱째 제단은 축대와 제단을 만들어 높게 설치하면 안 된다. 제사는 아주 낮은 자세로 모셔야 하기 때문이다. 여덟째 모든 제단은 지붕이 있어야한다. 아홉째 ‘진주성 임진대첩 계사순의단’이라는 기존 제단 명(名)이 결코 문자적으로 조합하지 않는다. 특히 ‘순의(殉義)’는 필요 없는 단어이다. 열번째, 억울하게 타계한 많은 분들을 모시는 무덤, 제각은 어떠한 형태의 관광을 위한 장소로 사용돼선 안 되고 오직 선열들에 대한 충절정신함양을 위한 교육장소여야 한다. 특히 이 제단은 방문객들에게 진주시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 같다는 인식을 주고 있다. 이럼에도 일부에서는 여전히 임진대첩계사순의단이 다른 지역의 의총 임진동래의총, 남원만인의총을 대신할 수 있는 정통제단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안타깝다.

강신웅 경상국립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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