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람의 마음을 잘 듣기 위하여
긴 귀를 갖게 되었다
나는 사람의 마음을 잘 보기 위하여
움직이는 눈송이가 되었다
―이지아 시인, ‘겨울’
토끼가 원래는 눈이었구나. 그러니까 눈은 깡충깡충 내리는 것인데 나는 펄펄 내린다고 잘못 알고 있었구나. 그래서 잘 듣지 못하고 잘 보지 못한 것일까. 지금껏 살아오면서 잘 듣지 못해 생긴 일은 얼마나 많으며, 잘 보지 못해서 겪은 일로 얼마나 많은 상처를 얻었던가 말이다. 그러니 때로 삶이 ‘겨울’ 같아서 숱한 날을 웅크리고 살기도 했던 것인데.
세상에서 사람의 ‘마음’ 하나 얻는 일만큼 쉬운 일은 없는데도 그걸 모르고 시름겨워한 것이지 않은가. 잘 들어주는 일, 잘 보는 일이 곧 ‘마음’인데, 저 토끼는 마음 얻는 법을 스스로 알고 있으므로 겨울이 마냥 좋지 않겠는가.(시인·두원공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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