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에 마지막 피 한 방울
마음의 여백까지 있는 대로
휘몰아 너에게로 마구잡이로
이 난감한
생명 이동
그리움이라는 단어를 가만히 봅니다. 그러면서 매 순간 어떤 좋은 기억을 붙들고 사는지를 생각합니다. 우리는 지금 어느 그리움 하나에 깃들어 사는 걸까요. 살아온 시간만큼 빼곡해진 그리움은 어디에 저장돼 있을까요. 생각지도 못하게 불쑥 튀어나오는 감정이 가끔은 버겁기도 하겠습니다. 그리하여도 어떤 그리움은 그리움으로 하여 삶을 연장하기도 하는 거겠지요. 흘러가는 것은 그대로 보내야 하는 그리움도 있는 것이겠고요. 쉽진 않지만 그리해야만 하는 일도 있습니다. 화자에게 그리움은 휘몰이장단이네요. 꼭짓점에서 뛰어내리는 숨 가쁜 이동이네요. 행간마다 우주를 흔드는 생명이 다차원적으로 쏟아집니다. 이런 광경을 목격하면서 켜켜이 쌓인 시간을 그리움이라는 이름으로 꾹 눌러봅니다. 그리고 생각하는 거죠. 무슨 이런 마구잡이 감정이 있을까 하고요. 난감한 감정이 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창백해요. 사람마다 다른 명제를 가진 그리움은 각각의 심장에서 휘몰아치고 있겠어요. 어디에서 숨을 쉬어야 하는지 어디에서 앉아야 하는지 그리움은 그런 것조차 허용 범위에 들어 있지 않나 봅니다. 이 총체적 난국에서 그리움의 명제는 오로지 그리움뿐, 다른 어떤 것이 침범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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