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 간병을 건강보험으로 제도화하자
[경일시론] 간병을 건강보험으로 제도화하자
  • 경남일보
  • 승인 2022.02.14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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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석(경상국립대 국어국문학과·문화콘텐츠연계전공 부교수)




근 1년 전쯤 일이다. 간만에 사람들을 만났다. 한잔했고, 대리기사님을 모셨다. 차를 타고 오는 동안 둘이 있자니 어색하여 대리기사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마침 필자의 부모님이 몹시 편찮으신데 요양병원에 들어가실 만큼 심각한 상태는 아니어서 어떤 방식으로 케어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하던 참이었다. 기사님이 경험담을 들려주어 그때 처음 알았다. 요양병원으로 부모님을 모실 경우, 병원비보다 간병비가 주는 부담이 더 크다는 것을. 자식이란 게 아무 쓸모없다는 자괴감이 밀려오기 전에, 머릿속으로 급히 계산해본 간병비에 눈앞이 캄캄했다.

기사님 말씀은 더 이어졌다. 진주 시내 어느 요양병원은 어떤 장단점이 있다거나, 마산 어디에 가면 좋은 곳이 있다든지. 그렇게 건네주신 수많은 정보 중 또 새로이 알게 된 점은, 요양병원에서 일하시는 간병인 분들이 예전에는 주로 중국동포 분들이었다면 요즘은 베트남 분들이 더 많아졌다는 이야기였다. 이때는 간병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나 의사소통이 쉽지 않아 환자가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는 말씀에, 한밤인데 이젠 눈앞이 하얘졌다. 어떻게 해야 할까?

감사한 마음에 작게나마 성의 표시를 더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기사님 말씀에 따라 이것저것 찾아보고 계산해보기 시작했다. 결과는 막막했다. 만약 부모님이 더 편찮아지셔서 요양병원으로모시게 된다면, 내가 받고 있는 국립대 교수 월급으로도 감당하기 벅찬 금액이 나올 것이었다.

한 달쯤 전 여당 후보는 탈모의 건강보험 적용을 내세워 반짝 인기를 끈 적도 있다. 사실 필자도 탈모가 시작되어 반갑기도 했지만, 솔직히 괘씸했다. 점점 늙어가는 사회, 수십 년래로 사회 중위 연령 60세를 바라보는 시대에 정말 필요한 건 중증 환자, 특히 노인 중증 환자에게 필요한 간병비 지원이다. 안정적이고 충실한 국립대 교수 월급으로도 부모님 두 분의 간병비는 감당이 어려워 보인다. 그렇다면 다른 분들은 이 간병비를 어떻게 감당하고 계실까? 대리기사님이 밤낮없이 투잡을 뛰고 계신 이유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간병비 때문이다.

노인장기요양보험에 의거해서, 요양보호사 분들이 노인들의 집에 방문하여 일상생활이 최소한 가능하도록 돕는 제도는 몇 년 전부터 정착되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집이나 요양원이 아닌 병원에서 더한 중증 환자를 직접적으로 돌보는 간병인은 말 그대로 ‘간병인’일 뿐이지, 그들의 신분은 보호받지 못한다. 이는 개인 간 거래로, 간병인 입장에서는 만약 환자나 환자 가족이 제대로 돈을 입금하지 않고 버티면 속수무책이고, 환자와 환자 가족 입장에서는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으니 엄청난 간병비 부담에 상시 노출된다. 고령화 시대를 맞이하여, 요양보호사분들만큼우리에게 꼭 필요한 분들은 간병인이다. 이들을 법의 울타리에 넣어 ‘간병사’로 대우하고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일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을까? 하지만 어느 누구도 간병인의 처우나 간병에 대한 보험 적용 필요성을 말하지 않는다.

대선이 이제 한 달도 남지 않았지만, 거대 양당의 두 후보가 하는 짓거리는 도저히 두 눈 뜨고 보기 힘들 지경이다. 소위 법카로 불리는 공무에 써야 하는 카드를 개인 용도로 남발하는 후보자부인이 이슈가 되더니, 상대편 부인의 주가 조작은 의혹만 지속될 뿐 성의 있는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 와중에 야당 후보는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의자에 구둣발을 올려놓는 등 타인을 고려하지 않는 행동을 보여, 인터넷 여론은 별의별 논쟁으로 치닫는 중이다.

출산율은 떨어지고, 고령화 시대의 문제점은 갈수록 커져가며, 연금의 개혁은 정말 필요한데, 이를 지적하는 후보는 찾아볼 수 없다. 꼴사나운 후보들의 행태만 연일 보도될 뿐이다. 이번 대선에서 내 선택은 하나다. 간병인의 위치를 간병사로 올리고, 중증환자의 간병을 건강보험이 담당하게 개혁할 수 있는 후보를 원한다. 이는 이 칼럼을 읽고 있는 독자 여러분의 눈앞에 닥칠 문제이기도 하고, 늙어가는 우리들 스스로의 문제이기도 하며, 더 나아가 어쩔 수 없이 부모의 노후를 일정 부분 책임져야 하는 우리 자식들의 문제다. 한 표에 불과하지만, 현재 대선 판에서 내 표를 받을 후보는 없다.

서유석(경상국립대 국어국문학과·문화콘텐츠연계전공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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