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 봉별(逢別)의 의미
[교단에서] 봉별(逢別)의 의미
  • 경남일보
  • 승인 2022.02.14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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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준(진주동명고등학교 교장)
1936년 12월, 시인이자 소설가인 이상은 ‘여성(女性)’지에 소설 ‘봉별기(奉別記)’를 발표한다. 이 자전적 소설에서 이상은 초현실주의적 경향에서 벗어나, 그의 첫 여인인 금홍(錦紅)과의 ‘만남과 이별을 기록’했다. 이렇듯 봉별은 ‘만남과 이별’인데, 우리의 삶이 곧 봉별의 반복이 아닐까 싶다.

이 봉별은 다양한 인간형만큼이나 유형도 다양하다. 이상의 위 소설처럼 지극히 개인적인 봉별에서부터 삶과 죽음, 개인과 조직 간의 봉별, 집단적인 봉별도 있는데, 집단적 봉별의 대표가 학교이다. 학교에서는 3월이면 신입생이 입학하고 2월이면 졸업생이 졸업을 한다. 졸업생들은 마치 시인 조병화가 ‘의자’란 시에서 말한 ‘지금 어드메쯤/아침을 몰고 오는 어린 분이 계시옵니다./그분을 위하여/묵은 의자를 비워 드리겠어요.’를 실천하려는 것처럼.

불가에서는 옷깃만 스쳐도 전생에서 8만년의 인연이 있어야한다고 한다. 그래서 만남은 소중하여 대부분의 사람은 만날 땐 설레고 기뻐하면서 헤어질 땐 아쉬워하거나 서운해 한다.(물론 정 반대의 경우도 있다) 학교의 입학식엔 환영의 환희가 넘치지만 졸업식에는 예전처럼 눈물바다는 아니어도 자못 숙연한 분위기가 대부분이다.(근자의 2년은 코로나가 이런 분위기도 앗아가 버렸다.) 그렇지만 이 봉별은 불교의 ‘회자정리 거자필반’을 떠나서도 끝없는 반복과 순환을 거듭하기에 크게 기뻐하거나 아쉬워할 필요가 없다.

소설 ‘봉별기’에서 주인공 남녀가 만나고 헤어짐을 반복하는 것처럼 세상엔 영원한 것은 없다. 만나고 헤어짐, 즉 봉별은 우리의 삶을 아름답게 가꾸는 계절의 순환과 같아서 만났을 때 한껏 사랑하고 즐겼다가 헤어질 땐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해야할 것이다. 나도 2008년 7월 1일, 경남일보의 ‘교단에서’란 칼럼을 만나 2022년 2월로 헤어지려 한다. 복잡하고 다양한 우리 학교들의 현장을 가감 없이 보여드리려 했지만, 능력의 한계로 인한 아쉬움이 없지 않지만 166회의 지면을 만난 것은 개인적인 큰 영광이었다. 이제 ‘교단에서’와 헤어지면서 더 나은 분에게 자리를 물려 드리면서 다른 지면에서의 만남을 기약한다.
 
문형준(진주동명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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