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 대통령 사무실
[경일시론] 대통령 사무실
  • 경남일보
  • 승인 2022.02.15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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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재 (논설위원·한국인권사회복지학회 학회장)
 


 

글의 이름을 붙이는 일을 오래동안 참 많이 한 것 같다. 이 글의 제목을 다는 일도 마찬가지로 많은 생각이 있었다. 국가원수가 일하는 ‘집무실’로 일컫는 것이 자연스럽게도 보이고, 관청 개념의 청와대란 통칭도 있는데, 굳이 그 제목을 달게 뭐냐는 자문도 했었다. 사전을 봤다. 사무는 일을 보는 곳, 집무는 사무를 행하는 곳으로 각각 실렸다. ‘일 본다’와 ‘일 보는 것을 행한다’가 왜 다른지 골몰하다가 ‘괜한 구분이다’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국민의 안위를 위해 존재하는 국군의 통수권과 행정부 수반에 사법부 수장인 대법원장까지 임명하는 대통령 자리를 간단히 보지 않는다. 총리를 위시한 각부 장관을 정하고, 그 장관들 휘하에 있는 수백개의 공공기관의 사실상의 인사권을 가지는, 마땅히 제왕(帝王)에 비견되며 하늘이 내리는 존재라는 인식까지 있다. 유소년을 빼고 적어도 국민의 7할 정도를 대상으로 최소한 3000여 만명의 지지 ‘손도장’이 필수인 대통령은 인류의 최고 발명품인 민주주의 체제의 존경과 신망을 상징한다.


무슨 영역이든 세계 10위권에 드는 나라, 그 국민 누구나 수천번 쯤은 듣고 표현했을 법치주의가 엄연히 작동한다. 헌법과 법률로 대통령의 엄중한 ‘어솔리티’가 담보되어 있다. 굳이 권부(權府)의 철권같은 외양이 필요없다는 말이다. 우선 대통령 사무실, 30만장의 푸른색 빛을 띄는 기와로 지붕을 얹었다하여 붙여진 이름의 청와대 규모가 지나치다. 땅만 약 25만여㎡, 8만 여평이 넘는다. 대부분 산을 깍아 땅 확보에 문제가 없는 지방에 자리한 대학교 전체 캠퍼스 부지와 견줄 정도로 광활하다. 미국대통령 사무실인 백악관은 청와대의 3할 정도인 7만여㎡다. 엘리제궁으로 불리는 프랑스대통령 사무실은 불과 8천여㎡, 도시에 소재한 초등학교 부지와 비슷한 면적이다.

내면을 보자. 청와대는 비서실장과 정책실장 등 장관급 2명과 10여명의 차관급 수석비서관이 있다. 차관 승진이 당연시되는 각 중앙부처서 파견된 비서관과 행정관을 더하면 500명 넘게 일한다. 이들 모두의 ‘끗발’은 정부 각 부처의 절대 ‘갑’으로 나타난다. 법률로 보장된 중앙부처 장관 권한의 거의 전부도 실질적으로는 여기서 나온다. 권력 본산인 셈이다.

권력구조나 그 체계가 달라, 단순 비교에 무리가 따르겠지만 일본의 경우, 총리대신에 보장된 보좌관과 비서관의 총수가 10명 남짓이다. 대부분 내각제인 서유럽의 거의 전부 국가의 형편도 대체로 그렇다. 미국 백악관의 순수 내부인력은 400여명 정도로 알려져 있다. 워싱톤 DC를 포함한 51개 각 주가 일개 국가체제를 갖추고 있다. 그래서 공식 국명이 미합중국이다. 각 주의 수장인 주지사 비서실에 10여명 정도만이 일한다. 가장 큰 규모, 인구 5000만명에 이르는 캘리포니아주도 비교적 그 규모다. 일본과 미국의 인구는 각각 우리의 3배, 6배에 이른다.

한 대선 후보가 이런 비대한 청와대의 운영시스템을 혁신하겠다는 공약을 내 놓았다. 장대한 공간을 국민에 돌리고, 실질적 근무를 남아도는 정부 광화문 청사에서 하겠단다. 지금 대통령도 후보시절에 유사한 약속을 했었다. 취임후 경호상의 문제로 없던 일이 되었다. 우리가 사는 여기는 독재 국가가 아니다. 대통령이 독재자일 수 없다는 얘기다. 독재자의 유고는 곧 국가의 위기가 된다. 과거 우리도 그랬다. 지금, 대통령의 어떤 형태의 유고도 감당될 만큼 체제가 성숙되어 있다. 군 통수권을 포함한 대통령의 모든 권한도 국헌에 근거한 권력순위에 따라 자연스럽게 이양되는 시스템을 갖고 있다. 불복할 국민은 없다. 매우 신선한 공약으로 보인다. 언제나 어디서나 누구한테나 무소불위, 위압적 청와대 경호태세도 부드러워질 것이다. 덤이다.

정승재 논설위원·한국인권사회복지학회 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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