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온다는데
우기니
어쩌라
찬바람 부는데
굳이 온다고 우기니
어쩌라
구불구불 흐르는 길
햇살이 비틀거리니
어쩌겠는가
어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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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가 피시겠다는데 어쩌겠는가.
아직은 겨울이 가시지 않은 산자락에
철없이 서 계시겠다는데 어쩌겠는가
저 길 따라 햇살마저 따라와 보듬어 주시겠다는데 어쩌시겠나
입춘으로 열린 그 문을 가만히 밀고
아직은 겨울이라고 아무리 일러봐도 성급히 열리는 저
꽃 마음을 어찌 말리시겠나.
순백의 세상에 수줍게 벙그는 저 꽃,
말릴 수도, 부추길 수도 없는
곡절 없는 저 호기심을 또 어쩌시겠나
봄은 어디서 한바탕 싸워서 이겨서 오고
매향과 함께 오시는 저 맑은 시심(詩心)은 또 어쩌시겠나
총명하고 단아한 옛 연인 같은 꽃이여
나직한 웃음으로 곁을 지켜주던 저 꽃이여
개운하게 파고드는 시 한편이여
주강홍 경남시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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