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태여 직립을 고집하지 않는다.
세월이 발길질하면 그냥 쓰러지고 바람이 흔들면 그만 넘어진다.
언제나 빈손, 제 자리로 돌아가고 있는 중이다.
흙이 벽이 되고 나무가 기둥이 되었지만, 존재의 기원은 흙이었다. 저 헛간은 지금 그 기원으로 돌아가고 있는 중이다. 파괴 본능이 현재 상태를 해체하고 있다. 그러니까 해체는 이전의 존재로 귀환하려는 작업인 셈이다. 죽음의 속성 중 최고인 것은 유지하려는 욕망이 없다는 점이다. 모든 것은 원래의 상태, 아무것도 아닌 상태로 돌아가려 한다. ‘빈손’이다. 그러므로 모든 죽음은 한없이 가볍다. 억만장자도 죽음으로 갈 때는 가벼워진다.
부쩍 주변 지인의 부음을 듣는다. 사람들은 죽음을 대체로 영생을 얻는 일 혹은 제자리로 돌아가는 일이라고 말한다. 정작 망자는 ‘제 자리로 돌아가고 있는 중’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그 자리가 슬픈 이유는, 죽음이 이별이라서 그럴 것이다. 2월에 고인이 된 영령들의 명복을 빈다. (시인·두원공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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