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특별고용지원업종 재지정은 선택 아닌 필수다
[현장칼럼]특별고용지원업종 재지정은 선택 아닌 필수다
  • 문병기
  • 승인 2022.03.02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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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란 말이 있다. ‘봄이 왔건만 봄 같지 않다’는 뜻으로, 당나라 시인 동방규가 한나라 때 고사를 바탕으로 쓴 시에 등장하는 구절이다. 계절은 좋은 시기이나 현실은 한파가 휘몰아치는 한 겨울이나 다름없음에 비유하기도 한다.

경남지역 항공업계의 처지가 이와 같다. 이제나저제나 봄이 오길 손꼽아 기다리고 노력했건만, 긴 겨울만 이어지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지난해 이맘때 기대했던 따스한 봄날은 영원히 오지 않을 것 같아 불안하기까지 하다.

경남지역 항공업계는 대한민국 항공산업의 중심이었다. 유일의 완제기 제조업체인 KAI를 비롯해 수많은 관련 기업들이 세계와 어깨를 견주며 급성장했다. 하지만 불과 2년 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 ‘보잉737맥스’의 잇따른 추락사고와 ‘코로나19’가, 잘나가던 항공 산업을 뿌리째 흔들어 놓았다. 매출은 80%이상 감소하고 근로자들은 실업자 신세가 됐다. 산업기반은 붕괴되고 고사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이러다 다 죽는다’는 위기감이 팽배해질 때쯤인 지난해 3월, 항공제조업이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신규 지정됐다. 항공부품제조업체에겐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이었다.

이로 인해 사업주 및 근로자는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상향과 직업능력개발훈련비를 인상 받을 수 있었다. 생계비 대부한도도 상향되고, 고용·산재보험료의 납부기한 연장, 체납처분 유예 등의 혜택도 받았다. 꽉 막힌 숨통을 조금이나마 터주는 생명수가 됐다.

그런데 거기까지였다.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 기한은 1년에 불과하다. 지난해 4월 신규 지정을 받았으니 3월이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그나마 최악의 상황을 막아주던 든든한 버팀목이 통째로 무너지는 것이다.

항공업계에는 또다시 탄식과 한숨 소리로 가득차고 있다. 지난해나 지금이나 상황은 나아진 게 없다. 오히려 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원업종 지정마저 끊어진다면 항공 제조 산업의 기반은 무너지고, 생사의 기로에 설 수밖에 없다.

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와 각계각층이, 정부에 지정 연장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만큼 절박하다는 것이고,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장기유급휴가 훈련지원사업 참여 불가와 고용유지 지원금 감소로, 핵심 인력 이탈과 대량 실적 사태가 발생할 것이다. 해외 민항기 부품 수출기업의 도산 가능성도 있다. 국내 민수부품 직수출 기업 매출액은 코로나19 이전보다 55% 감소했다. 영업이익률도 지난해 -9.9%로 큰 폭으로 줄었고, 갈수록 상황은 더 악화되고 있다. 여기서 정부지원마저 끊어진다면 어떤 끔찍한 일이 벌어질 지는 명약관화하다.

항공 산업은 ‘바람 앞에 등불’ 신세가 됐다.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 기한 연장이 발등의 불이지만, 쉽지만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지금껏 그래왔듯, 까다로운 심사요건과 틀에 박힌 탁상행정으로 일관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지금은 위기상황이다. 평소의 잣대로 평가할 것이 아니라, 항공업계가 처한 현실을 직접 눈으로 보고, 그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

정책은 일관성과 연속성이 생명이며 현실적이어야 한다. 일시적 응급처치 수준의 ‘미봉책’으론 아무런 도움도, 실질적 문제 해결도 되지 않는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는 범하지 말아야 할 것 아닌가. 특별고용지원업종 재지정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한 번 지정한 것으로 정부의 책임과 역할이 끝났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무능이고 착각이다.

문병기 서부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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