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선택의 순간이 왔다
[경일시론]선택의 순간이 왔다
  • 경남일보
  • 승인 2022.03.03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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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옥윤 (논설위원)
선택의 순간이 왔다. 제20대 대통령선거가 코앞이다. 어제부터는 여론조사결과 공표가 금지됐고 오늘은 사전투표가 실시된다. 숙연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부여된 한표를 행사하기 위한 자세를 가다듬을 때다. 되돌아 보면 숱하게 오고간 흑색선전과 마타토어, 연일 쏟아진 폭로전에 정작 중요한 정책은 실종된 미증유의 선거전이었다. 한바탕 일진광풍이었다. 대장동 의혹에는 부산은행 대출 의혹으로, 법카 사용에는 증권투기 의혹으로, 검사 사칭에는 병역 의혹으로, 게이트는 게이트로, 심지어는 어퍼컷에 발차기로 맞서 누가 더 강하게 자극적으로 맞서는가 경쟁하는 양상이 선거전을 이전투구로 만들었다. 의혹은 또다른 의혹을 낳고 진영으로 나뉘어 상대방을 악으로 규정하는 난장판 선거전에 유권자들의 눈과 귀는 가려졌고 괴벨스적 선동만 난무했다. 호감보다는 비호감을 부추겼고 상대를 존중하는 페어플레이는 실종됐다. 팩트 아닌 팩트로 날이 새고 지는 선거전에 진실은 묻혔다. 찌라시가 난무했다. 수많은 조연들이 나서 아니면 말고식 폭로전과 비방전으로 도배된 선거전이었다. 후보들의 공개토론도 마지막까지 비방과 폭로, 망신주기식 장학퀴즈로 얼룩져 혼란만 가중시키는 양상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 모든 것을 제자리에 돌려놓고 냉정하게 판단하고 선택해야 할 순간이다.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고 우리의 젊은 세대들의 윤택하고 자유로운 삶을 위한 선택을 해야 한다. 그 기준은 후보들이 공통으로 내세우고 있는 상식과 공정, 그리고 정의가 돼야 한다. 비상식을 가려내는 판단기준은 상식이다. 누구나 공동으로 생각하는 공동선, 어릴 때부터 배우고 실천해온 일상이 상식이다. 자연스럽지 못하고 어딘가 불편한 것, 금기시해 기피했던 행동은 비상식에 속한다. 누구나 느끼고 공감하며 실천하는 것이 상식이다. 불공정은 한쪽으로 기울어진 편향된 행동으로 이득을 취하거나 상대방에게 손해를 끼치는 것을 말한다. 이로 인해 우리사회는 진영이 갈리고 차별이 생기는 망국적인 병을 앓고 있다. 공정은 보편적이고 다수가 공감하는 균형감각을 전제한다. 지난 시절, 우리는 사회전반과 국가운영에서 숱한 불공정의 사례를 체험해왔다. 그래서 공정사회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은 과거 어느 때보다 높다. 조국사태에 분노하는 이유다.

정의는 의로움을 말한다. 불의를 일삼은 사람이 정의를 논할 자격이 없음은 당연지사다. 그런 사람이 설령 권력을 잡는다 해도 따를 사람이 없다. 저항만 증폭시킬 뿐이다. 비상식과 편향, 불의에 속한 사람이 펼치는 정치가 상식적이고 공정하며 정의로울 수 없다는 것은 불문가지이다. 당연히 선택의 기준이 되어야 할 것이다. 절대 선(善)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선거는 차선을 선택하는 과정이다.

또다른 선택의 기준은 정권재창출이냐 정권교체냐 이다. 이는 지난 정권에 대한 심판이기도 하다. 당연히 후보선택의 기준이 돼야 한다. 한 시대를 마감하고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는 의미는 공과 과를 평가하여 더 나은 사회로 발전하기 위함이다. 지난 정권의 순기능에 공감하면 다시 한번 정권을 맡겨 시너지효과를 얻고 그렇지 않으면 정권을 바꿔 심판하는 것이 당연하다. 요즘 회자되고 있는 정치교체는 누구든 집권하면 추구해야 할 과제이자 법개정을 전제하는 입법부의 몫이다.

민주주의의 요체는 다수결의 원칙아래 소수의 의견을 존중하는데 있다. 이번 선거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초박빙의 승부가 될 것이라 한다. 그래서 유권자들의 참정과 투표가 더욱 귀중하다. 진영과 지역주의에 매몰되지 않은 현명한 판단이 요구된다. 얼룩진 우리의 민주주의는 그렇게 성장해 왔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개선과 소수를 반영하는 선거제 개정, 다당제의 수용 등은 대선 이후 우리정치가 우선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다. 다행히 모든 후보가 공감하고 있는 과제다. 코로나 맹위에도 불구하고 선거혁명을 이루는 유권자들의 살아있는 의식을 기대한다.
 
변옥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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