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벽 틈에 나무가 자라고 있다. 풀꽃도 피어 있다.
틈이 생명줄이다.
틈이 생명을 낳고 생명을 기른다.
틈이 생긴 구석
사람들은 그걸 보이지 않으려 안간힘 쓴다.
하지만 그것은 누군가에게 팔을 벌리는 것.
언제든 안을 준비돼 있다고
자기 가슴 한쪽을 비워놓은 것.
틈은 아름다운 허점.
틈을 가진 사람만이 사랑을 낳고 사랑을 기른다.
꽃이 피는 곳.
빈 곳이 걸어 나온다.
상처의 자리. 상처에 살이 차오른 자리.
헤아릴 수 없는 쓸쓸함 오래 응시하던 눈빛이 자라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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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곳이란 비워둔 곳이며 틈 이며 사이 이다. 채워진 곳이 비워있거나 비워있는 곳을 채우기 위해서 열려있는 공간이다.
온전한 것들이 물리적인 작용에 의해서 균열 된 것일 수 있고 균열이 온전하게 접근 과정 중일 수도 있다, 다만 그것은 유기적인 작용에 의해 고착되지 않고 변화가 진행 중이라는 의미이다. 살아 있다는 것이며 기회가 있는 여분의 곳이다. 무상(無常) 이다.
우리가 남에게 쉽게 틈을 보이지 않는 것은 함부로 기생하는 것들을 피하고자 하는 것이지만 가려서 담고자 하는 아름다운 의지 일 수도 있다.
잠긴 듯 열려있는 가슴 속에서 머무를 수 있는 허점, 거친 표면에 풀꽃이 뿌리를 내릴 수 있고 인정이 파고들어 사랑을 필수 있는 자리.
꽃의 생성도 소멸도 저 거룩한 사랑마저도 틈이 있어야 안착할 수 있는 것.
주강홍 경남시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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