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다시 살아난 느티나무
[경일시론]다시 살아난 느티나무
  • 경남일보
  • 승인 2022.03.07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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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경 (객원논설위원·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총장)
얼마 전 진양호에 개관한 우드랜드 체험 전시실에 다녀왔다. 진주시민이 가장 즐겨 찾는 진양호에 이러한 전시관이 개관된 것에 박수를 보낸다. 그 곳에는 2019년에 쓰러진 600여년 된 느티나무를 만날 수 있다. 진양호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인고를 겪은 느티나무를 통해 진주역사를 되새겨 볼 수 있고, 형평운동의 발원지인 진주의 정신과 임진왜란의 김시민장군과 논개를 만나볼 수 있다.

겨울여행지로 유명한 강원도 오대산 월정사에 가면 전나무 숲길이 있는데, 전나무 숲에서 2006년에 쓰러진 가장 오래된 600여년 된 전나무 한그루를 만날 수 있다. 일제 때 무분별하게 벌채된 금강송은 더 이상 보기가 힘들고, 군데군데 살아남은 소나무도 송진을 채취하기 위한 자국으로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다행히 전나무는 살아남아 오늘날 아름다운 길을 우리에게 제공하고 있다.

이 두 모습에서 볼 수 있듯이 죽은 나무를 그냥 두면 죽은 나무에 지나지 않지만 누군가가 그 혼을 불어 넣으면 다시 살아서 우리와 만날 수 있다.

진양호 우드랜드에 전시되어 있는 노거수인 느티나무는 진주성 전투를 이렇게 이야기 하고 있다.

1592년 10월 일본군은 2만 여명으로 진주성을 공격하였고, 김시민 장군은 군사 3800여명으로 6일간 싸워 수적우세와 조총 등의 신식 무기를 가진 일본군을 물리친 것이다. 공북문은 진주성의 정문인데 들어서면 김시민 장군의 용맹스러운 동상을 만날 수 있다. 1593년엔 9만 3000여 대군으로 진주성을 재차 공격한다. 3000여 명의 조선군과 6만 여명의 민간인이 합심하여 8일간 치열하게 싸웠다. 그렇지만 진주성은 함락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진주성의 치열한 전투 덕분에 곡창지대인 호남이 점령되지 않고 임진왜란이 빨리 끝나게 되었다. 진주성 전투에서 순국한 승병의 넋을 기리고, 그 정신을 본받기 위해 호국사(護國寺)라는 절이 있다. 그 절 앞에 심겨진 이 느티나무는 수없이 많은 역사와 함께 진주를 바라보며 진주정신을 담고 있다가 2019년 그 수명을 다하고 이젠 살아 있는 노거수의 모습으로 우리시민에게 다가왔다.

고려시대 창건된 내성사가 임진왜란 때 승병의 근거지로 되면서 왜구의 침입을 물리친 승병을 기리며, 호국사로 재건되었다. 그 옆 충렬사에는 임진왜란 때 의사들의 위패를 모셔 놓고 있다. 순국선열의 호국정신을 느낄 수 있다. 진주에 있는 어느 고등학교에서는 매년 학생들에게 호국정신을 기리기 위해 고등학교 재학 중 한번은 참배를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요즘 청소년에게 꼭 필요한 현장 교육이다. 또한 진주성 안에는 임진왜란만으로 특화된 박물관을 통해 볼 수 있듯이, 정치인들의 당파싸움과 무능한 왕 때문에 국민을 힘들게 한 임진왜란과 같은 침입을 당하지 않게 하여야 한다. 그 만큼 정치는 예나 지금이나 중요하다.

진주에서 지인을 안내할 때 진주성을 가장 많이 다녀 갈 것이다. 그때 호국사를 꼭 참배하고 그 곳에서 느티나무 이야기를 바탕으로 진양호에 있는 우드랜드에 가서 살아있는 느티나무를 만날 수 있다면, 멋있는 고도의 진주 역사를 알 수 있는 스토리텔링이 될 것이다.

인고의 세월을 지켜온 600여 년의 쓰러져 죽은 느티나무 노거수를 다시 살려준 경상남도 무형문화재 제29호 소목장인 경상국립대학 명예교수와 이러한 스토리텔링을 기획한 진주시 관계자분들께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감사할 따름이다.

느티나무는 죽어서도 우리나라의 앞날을 걱정하며 나라의 안녕을 빌어 주고 있다. 내일이면 우리나라의 새 지도자를 뽑게 된다. 뽑힌 한 사람은 국민통합을 하나의 목표로 우리나라를 5년 동안 이끌게 될 것이다. 다시 살아난 느티나무는 그 분의 지도력을 지켜보고 있다.

 
김남경 객원논설위원·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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