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 EU의 녹색 택소노미와 ‘K-택소노미’
[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 EU의 녹색 택소노미와 ‘K-택소노미’
  • 경남일보
  • 승인 2022.03.08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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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소노미(Taxonomy)라는 어휘는 그리스어로 ‘분류하다’라는 ‘tassein’과 ‘법, 과학’이라는 ‘nomos’의 합성어로, ‘가나다’ 형태나 ‘ABC’ 형태로 표준화되고 체계적으로 분류된 전통적인 분류학 기반의 분류 체계를 뜻한다. 녹색 산업을 뜻하는 그린(green)을 덧붙인 녹색 택소노미(Green Taxonomy-불어:Taxonomie verte)는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 활동의 범위를 정한 것으로, 유럽연합(EU)이 2020년 6월 처음으로 발표하였다. 2020년에 첫 발표 당시에는 원자력발전과 천연가스는 포함되지 않았었다. 이에 대한 논쟁이 계속되다가 EU는 2021년 12월에 마련한 녹색 택소노미 초안에서 천연가스와 원전을 포함시킨데 이어 올해 2월 2일, 천연가스와 원전에 대한 투자를 ‘그린 택소노미’로 분류하는 최종안을 확정·발의했다.

이 녹색 택소노미는 어떤 산업 분야가 친환경 산업인지를 분류하는 기준 체계로, 녹색 투자를 받을 수 있는 산업 여부를 판별하는 기준으로 활용된다. 유럽연합이 2020년 6월 세계 최초로 그린택소노미를 발표했을 당시에는 원자력발전을 포함한 원자력 관련 기술이 포함되지 않았다. 이 기준에 속하지 않으면 투자 기회를 잡기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관련 산업분야의 발전을 기대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해당 산업 입장에서는 이 기준에 포함되는 것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녹색 택소노미에 포함되는 산업은 활성화되고 발달될 수 있어 환경단체는 그린 택소노미 확대를 적극 반대하는 입장을 견지하는 등, 포함 여부를 두고 이해관계가 엇갈린 상태에서 논쟁이 지속되어왔던 것이다.

그러다 EU집행위원회는 2021년 12월 마련한 그린 택소노미 초안에서 원자력발전에 대해 방사성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리할 계획을 수립, 자금과 부지가 마련됐다면 친환경으로 분류될 수 있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다만 신규 원전이 친환경으로 분류되기 위해서는 2045년 이전에 건설 허가를 받도록 했으며, 천연가스발전소는 킬로와트시당 탄소 배출량이 270g 미만, 화석연료발전소 교체, 2030년 12월 31일까지 건축 허가 획득 시 친환경으로 분류하기로 했다. 이후 EU는 2022년 2월 2일 천연가스와 원자력 발전에 대한 투자를 환경·기후친화적인 지속가능한 금융 녹색분류체계(Taxonomy)로 분류하는 ‘EU택소노미’를 확정·발의했다.

EU는 앞으로 4개월 동안 회원국 및 EU 의회에서 논의를 거쳐 승인을 받은 뒤 2023년 1월부터 EU 녹색 택소노미 시행에 들어갈 계획이다. EU의 27개 회원국 중 20개국 이상(EU 인구의 65% 이상을 대표), EU 의회에서 절반(353명) 이상이 반대하면 부결된다. EU 현지에서는 EU택소노미가 부결될 가능성을 매우 낮게 보고 있다. 원전 의존도가 높은 프랑스를 비롯해 폴란드 핀란드체코 등이 확정안을 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천연가스 발전에는 메탄가스 유출, 원자력발전에는 방사능폐기물 처리 문제 등이 있어 그린 택소노미에 포함시키는 것을 두고는 논란의 여지는 여전히 남아있다. 그런데 미국은 원자력발전을 그린 에너지로 규정하고 있는 반면에, 우리나라는 2020년부터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인 K-택소노미를 준비해온 끝에 2021년 5월 초안공개에 이어 2021년 12월말에는 최종안을 공개했는데, 여기에는 원전이 아예 제외되었고 LNG의 경우 특정 조건에 한해 한시적으로 포함시켰다. 확정안에 따르면 신규 원전 투자가 친환경 활동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투자 대상이 될 신규 원전은 2045년 전에 건축 허가를 받아야 한다. 기존 원전의 수명 연장은 2040년까지 승인이 필요하다. 천연가스 투자는 전력 1킬로와트시(㎾h)를 생산할 때 온실가스 직접 배출량이 270gCO2eq(이산화탄소 환산량) 미만이어야 한다는 등의 조건이 붙었다. 천연가스 발전소는 2030년까지 건축 허가를 받아야 하며 2035년부터는 저탄소가스 등으로 전환해야 한다. 환경부의 확정안 발표 이후에 EU 사례 등을 참고해 원전을 K-택소노미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경상국립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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