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맑은 강에 배 띄우다, 남강 뱃놀이
[경일춘추]맑은 강에 배 띄우다, 남강 뱃놀이
  • 경남일보
  • 승인 2022.03.09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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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영 (한국음식문화재단 이사장·이학박사)
 



지리산과 덕유산에서 발원해 들녘을 적시고 흘러내린 맑은 남강에 누선(樓船)이 오간다. 뱃노래가 하늘거린다. 모래사장에는 활쏘기 놀이가 한창이다. 과녁을 맞추면 기생들이 열을 지어 “궁차락, 아! 궁차락아~” 하며 응원한다.

배를 타고 주변의 풍경을 감상하며 즐기는 뱃놀이 이른바 ‘선유(船遊)’는 고려, 조선 시대 최고의 호사였다. 한양에서는 금수저 소년들이 한강 뱃놀이에 만금을 소비하여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했다. 요즘 같으면 졸부의 아들들이 수억대를 호가하는 스포츠카로 한밤 레이스를 벌인 것과 같을 것이다.

석양이 진주성에 반쯤이나 걸리기 시작하면 남강에는 온통 선유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이 어우러진 풍경들로 장관을 이루었다. 1780년 춘삼월, 진주를 처음 방문한 다산 정약용도 진주성 병마절도사였던 장인 홍화보와 함께 남강에 배를 띄웠다.

선유는 삼삼오오 배를 타고 즐기는 소풍이기도 했고 수 십 개의 배를 한데 묶어 즐기는 수령들의 거창한 선상파티이기도 했다.

음식은 때를 맞춰 관아에서 도착하고 기생과 악공이 퉁소와 북을 치며 물결 따라 오르내린다. 음식을 담당하는 집찬비들이 바삐 움직이고 어부들은 각자의 배에 올라 고기잡이를 서두른다. 수령의 식사를 위한 준비다.

야외에서 벌어지는 연회는 천막을 치고 임시 부엌인 조찬소(造饌所)를 차린다. 조기로 담은 진주식해나 젓갈 같은 반찬은 찬합에 담아 운반했다. 떡은 옥잠화 이파리로 곱게 싸 부패를 방지했다. 탕에는 초피를 넣어 비린내를 잡고 맵고 알싸한 맛을 더했다.

다식이나 약과 같이 예쁘고 앙증맞은 병과류도 있었다. 전통음식 중 약(藥)자가 들어가는 음식들은 꿀을 넣은 것이다. 밀주(蜜酒)는 약주(藥酒), 밀반(蜜飯)은 약반(藥飯), 밀과(蜜果)를 약과(藥果)라고 한다. 꿀벌이 꽃에서 빨아들여 꼭꼭 모아둔 청밀(淸蜜)은 진주의 진상품이었다. 진해 함안 의령 고성 하동 거제 남해 등지의 역을 총괄했던 진주의 소촌도(召村道)에는 청밀을 보관하는 관청고(官廳庫)가 따로 설치되어 있기도 했다.

즉석에서 차려지는 꽃상에는 민물회가 올랐다. 50년대까지만 해도 진주에서는 민물회를 많이 먹었다는 기록이 보인다. 남강 덕분이다. 남강을 논하지 않고 어찌 진주를 얘기하랴. 남강은 천년의 세월 동안 진주를 위로하고 보듬어온 젖줄이자 부엌이었다.

박미영 한국음식문화재단 이사장·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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