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칼럼] 누구도 고립되지 않는 세상 오길
[대학생칼럼] 누구도 고립되지 않는 세상 오길
  • 경남일보
  • 승인 2022.03.10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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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 (경남대학보사 편집국장)
정유정 경남대학보사 편집국장



작년인 2021년,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한 이야기가 있었다. 오랜만에 집으로 놀러 온 손주를 위해 햄버거를 사러 매장에 들어갔다가 빈손으로 나와야 했던 한 노인의 이야기이다. 우리도 매장에 들어갔다가 원하는 물건이 없으면 빈손으로 나오곤 한다. 그러나 노인은 햄버거를 살 충분한 돈이 있었고, 매장을 잘못 들어간 것도 아니었다. 그럼 왜 이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았을까?

바로 ‘키오스크’ 때문이다. 로봇을 설치함으로써 노동력을 줄이고, 매장을 이용하는 고객도 빠르게 접수할 수 있어 최근의 가게에서 대부분 키오스크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같은 최신 기기에 자주 노출된 젊은 층에는 키오스크의 등장이 낯설지 않다. 그러나 새로운 문물에 적응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며, 아날로그가 더 편한 노인층에는 두려운 존재가 될 뿐이다. 그리고 새로운 기기에 혼란을 느끼는 건 노인층만 포함된다고도 단정 지을 수 없다. 이는 중장년층, 혹은 스마트 기기를 접할 기회가 적은 일부 청년들에게도 해당하기도 한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됨과 동시에 새로운 기술에 적응하지 못하고 과거에 머무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당장 주위만 둘러봐도 휴대전화 조작에 힘겨워하며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힘겨워하는 사람들에게 스마트폰이나 최신기계의 이용 방법을 직접 알려준 적도 없으면서, 얄밉게도 세상은 빠르게 신제품을 내놓는다. 요즘은 매장에 음식을 주문할 때 말고도 여러 곳에서 키오스크나, 새로운 기기를 설치해놓는다. 일례로는 대형 할인점의 지하 주차장 속 주차 정산기가 있다.

마트에서 물건을 사면, 영수증 바로 아래에 바코드가 새겨져 있다. 매장 직원은 “사전 주차 정산기하고 가세요”라는 짧은 한마디 뒤에 바로 다음 손님을 반긴다. 어디서, 어떻게 하는지도 설명을 듣지도 못한 채 주차장으로 일단 향한다. 사람들이 북적북적 모여 있는 걸 보아하니 저곳이 정산기가 있는 것 같다. 영수증을 들고서는 인파 속 차례를 기다린다. 차례가 다가와 검은 물체의 앞에 선다. 그러나 어느 버튼을 눌러야 할지 모른다. 아무리 화면을 눌러봐도 정산이 되지 않았고, 다급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기계는 첫 화면만 반복해서 보여준다. 보다보다 답답한 뒷사람이 나선다.

뒷사람의 도움을 받은 그때서야 다음 화면으로 움직이고, 겨우 정산을 끝마친다. 이는 내가 실제로 목격한 이야기다. 뒷사람의 짜증 섞인 도움을 받고는 머쓱한 듯 자리를 옮기는 그들의 모습을 잊지 못한다.

우리는 미디어나 신기술에 미숙한 사람은 모두 노년층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가 당장 불편함을 느끼지 않기에 이로 인해 생기는 문제를 가벼이 여긴다. 그러나 이는 모두가 신경 써야 할 문제다. 비록 우리에게는 편리하고 간단한 기능일지라도, 어떤 이에게는 어렵고 복잡할 수 있다. 신기술의 사용법은 우리에게 알려주지도 않은 채 세상은 계속해서 신제품을 내놓는다. 이렇게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 속 고립된 사람들은 그 자리에 멈춰 멍하니 바라만 보게 된다.

정유정 경남대학보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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