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경남문단 그 뒤안길(5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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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22.03.10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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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3)‘산청함양사건’ 유족회 민수호 시인의 활동(2)
민수호 시인은 6.25전란중 산청함양사건 희생자 유족으로서 유족회 간부를 지냈고 유족 중 사건 전문가로서 수차례 학술발표자로도 참여한 경력의 소유자이다. 사건을 두고 명예회복 투쟁에 앞장 섰고 지난 9월에는 제3차 산청함양거창사건 힉술회의 개최를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그는 보상법 통과를 지상 목표로 삼아 지리산 도토리가 떨어지는 소리에도 깜짝 깜짝 놀라며 하마나 국회에서 무슨 법 통과 소식이라도 나는지 귀 열고 산다. 이런 자세가 지리산 속에서 사는 자의 맹주 또는 옳은 주인의 값을 하고 사는 것일 터이다.

그는 ‘국가의 보상 거부에 부쳐’라는 제목의 시를 쓴 바 있다. “요즘 대한민국 세상은 음(陰)이 강한 오행에 와 있으니/ (중략) 1951년 2월의 거창사건 및 산청함양사건은/ 국가 공권력 군인의 총질이 명백하여 / 1996년 1월 김영삼정부 시절 명예회복 특별법 공포에 의한/ 공식사과와 국비 사업으로 거창과 산청에 추모공원까지/만들었다//그 후 25년간 국가 보상은 나라 예산이 많이 든다는 것을 앞세우고/ 뒤따라오는 유사 사건들을 핑계삼고/ 육하원칙으로 가해자의 사실이 확정되지 않은 사건들을 앞세우고/ 미래에 돈이 많이 들어갈 것이라는 등…/ 이 사건은 세계 전쟁 역사에서 전쟁 중에 군 지휘관을 처벌한 판결문이 존재하는/ 유일한 사건이다/ 분명한 역사 상황을 너무나 잘 알면서도 산청함양거창사건은 /차별받고 있다//기득권의 생태적 생각은 변화하지 않는다/ 내 편과 내 이념들만 정의로운 것인지/ 억울하게 학살된 양민들의 유족들은 /나라의 정의라는 말에 공정과 인권적 믿음이 무너지고/백언이 허허롭다.”

이 시는 2020년 5월 19일 제20대 국회 마지막 법사위원회에서 법무부, 기재부가 거부한 날에 씌어진 것이다. 그 이후 제주 4.3사건 보상 특별법이 통과되었고 여순사건도 부분적 의미가 부여된 특별법이 순조롭게 통과되었다.

작년은 학살사건이 일어난지 70주년이라 이를 기념해 산청 함양 양군의 예산으로 사건에 대한 학술회의를 경상국립대 컨벤션 센터에서 의미 있게 치루었다. 민 시인은 다시 ‘국회 정문은 1인 아우성 터’라고 일갈한다.

“매년 정기국회는/ 백성들 삶들이 조정되는/ 돈과 정책들이 배분되는 국회라// 피켓들고 하소연하며 /눈으로 내지르며 서 있는 터// 외치며 분통 터져 / 소리 질러보는 허락된/ 높고도 좁은 곳 (중략) // 대한민국 국회 정문은/ 1인 시위 전쟁터이다”

이 시를 쓴 시인은 지리산에 있고 추모공원에 있고 추모공원 방문객들을 맞이하고 있는 중이다. 그럼에도 시인의 마음은 여의도 국회에 가 있다. 피켓을 들고 의원들의 애국하는 현장에서 그들 의지를 지리산 쪽으로 돌려놓느라 불철주야 시위하고 있다. 바쁘다. 벅차다. 안쓰런 유족들에 대한 연민의 피가 순도로 끓어오르고 있다. 그는 시와 귀향과 역사의 현장에서 하나도 놓칠 수가 없다. 천왕봉, 중봉, 하봉, 쓰레봉 봉우리로 설레며 사는 삶! 시인은 누구보다 가득하고 아득하고 막막하다.

“하늘을 올려다 보면/ 수만 가지 사연 담아 /흐르는 구름// 항아리 같은 마음 속/ 좋은 생각들이 발효되어/ 감동이 솟으면/ 왜 내가 /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실체를/ 만날 수가 있을 것이다. /보고 느끼는 생각 속에/마음 속에/ 숙성되어 가는 삶의 이치/곰삭은 행복이란 /비교가 아닌 / 오롯한 나 자신과 만남이기에 /홀로 산길을 걷는다” (홀로되기)

산 속에서 오롯한 나 자신과의 만남이 이루어지고 그래서 항아리 같은 마음, 살아야 하는 실체 곰삭은 행복에 이를 수 있는 것이리라

민수호 시인은 지금 새로운 지리산의 맹주로, 시인으로 산다. 지리산에서 그는 귀향을 성취하고 모행대 민문 가풍의 정신을 살고 못다한 역사의 주인으로서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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