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 길거리음식에서 세계화된 호떡
[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 길거리음식에서 세계화된 호떡
  • 경남일보
  • 승인 2022.03.15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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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라는 단어는 1990년대 중반 이후, 한국 드라마와 아이돌 노래가 중화권에서 인기를 끌며 생겨난 신조어이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이 발간한 ‘2020 지구촌한류현황’에 따르면 세계 98개국에서 한류에 심취한 팬의 수가 약 1억 477만여 명으로 집계됐다고 한다. 이제 한류는 K팝, K드라마, K영화, K패션, K뷰티, K의료, K웹툰(인터넷 만화로 영어의 ‘웹코믹’을 우리나라에선 ‘웹툰’으로 명명) 등의 영역을 확장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한류 열풍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들어서는 이른바 K푸드가 세계인들이 즐겨 찾는 인기 식품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세계인의 주목을 받는 K푸드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지난해 10월에 뉴욕타임스의 제품 리뷰 사이트 ‘와이어커터’는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라면(The best instant noodles) 11개 제품을 선정하여 발표하였는데, 1등으로 선정된 농심의 신라면 블랙과 더불어 농심의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조합한 짜파구리(3위), 신라면건면(6위), 신라면사발(8위)이 함께 선정되어 한국의 라면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세계인의 과자로 통하는 ‘오리온 초코파이’는 전 세계적으로 한 해에만 약 20억 개 이상이 팔리고 있다. 오리온 초코파이는 전 세계 60여 나라에서 판매되며 이른바 ‘파이로드(Pie Road)’를 구축하여 글로벌 스낵으로 탄탄히 자리매김 되었다. 김치를 필두로 한국식 치킨, 비빔밥, 떡볶이, 인삼, 홍삼가공품, 라면, 막걸리, 소주, 참·들기름, 쌀 과자 등이 그 매니아 층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이러한 K푸드의 세계화에 한국의 전통적 길거리 음식가운데 하나인 호떡이 각광을 받기 시작하였다. 이미 일본에서는 신오오쿠보 등지에서 한국 호떡이 인기가 많아서 주말은 물론이고 평일도 호떡집 앞에서 줄 서는 광경을 보게 된다. 한편 호떡이 미국 트레이드조에서 PB 제품으로 개발되면서 현지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 전통 호떡과 다른 팬케익 타입으로 시나몬 향이 첨가된 현지 호떡 제품은 매출의 상승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SNS에서도 인기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호떡은 호인(胡人) 즉 중국의 서쪽 나라 사람들, 이를테면 중앙아시아, 인도, 아랍 등지의 사람들이 화덕 내부에 붙여구워 먹던 떡(빵)이라는 의미다. 과거 한나라에서 서역과 왕래하며 들어온 빵 음식을 호병(胡餠) 즉 호떡이라고 불렀던 것에서 유래했다고 보는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후 밀가루가 보급되면서 중국 북부에서는 제법 흔하게 먹는 음식이 되었는데, 이 음식이 정확히 언제 우리나라로 들어왔는지는 정확히 확인할 길은 없어 보인다. 아마도 1882년 임오군란 즈음 청나라 화교 상인들과 함께 들어온 게 아닐까 추측하고 있다.

강력분으로 만든 반죽을 기름이나 마가린에 구워 쫄깃하고 바삭한 식감에다 기름진 맛과 설탕을 넣어 만든 소의 달콤함이 어우러져 특히 겨울철에 인기가 매우 좋은 길거리 음식이다. 밀가루뿐만 아니라 찹쌀가루를 더한 반죽으로도 많이 만든다. 찹쌀가루가 더해지면 대체로 더 쫄깃한 맛이 있고, 호떡 안에는 계피가루와 흑설탕, 그리고 견과류도 잘게 부숴 넣어 아작아작 씹히는 맛을 더하는 경우도 있다. 주로 땅콩, 해바라기씨, 호박씨 등을 넣는데, 이런 호떡을 씨앗호떡이라 부른다. 대기업 식품 브랜드에서 누르개 도구를 포함한 호떡 믹스를 출시해 집에서도 손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이제 호떡은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좋아하는 한국의 길거리 음식 중 하나로 꼽힌다. 관광객뿐만 아니라, 국내에 진출하여 활약하는 외국 스포츠 선수들도 호떡을 좋아하는 이들이 많아 호떡이 세계적으로 호평을 받으며 널리 알려지고 있다. 호떡 맛을 본 서양인들은 대체로 파이나 팬케이크보다 더 맛있다는 평을 한다고 한다. 아무튼 비록 서역에서 전해진 음식이긴 하지만 한국적으로 토착화 하여 더욱 다양하고 맛있는 음식으로 승화시켜 세계적인 음식의 반열에 올려놓은 조상의 지혜를 높이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경상국립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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