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과 기계의 풍경, 그리고 신화적 상상력
2008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조로 등단한 임채성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야생의 족보’가 시인동네 시인선 171로 출간됐다.
이 시집의 근저에는 자본·인간, 문명·야생, 반생명·생명의 이항 대립의 구조가 있다. 그는 모든 생명을 사물화하는 자본-기계의 어둡고 황량한 풍경을 목도하면서, ‘야생의 족보’에서 출구를 찾는다. 야생의 족보는 신화적 상상력에 의해 더욱 보강되며, 이 황폐한 세계에 생명성의 건강한 집단 무의식을 소환한다.
이 시집의 첫 작품은 이렇게 요지부동의 수직적 계급 구조를 그리는 것으로 시작한다. 효율만 중시하는 사회의 인간관계는 ‘위아래’만 있고 ‘옆’이 없다. 수직의 절벽 같은 계급 구조는 사람의 ‘곁’을 허락하지 않는다. 계급-절벽의 최상부에 있지 않은 모든 사람은 “머리 위에 똥물”을 이고 산다. 자본-기계를 가동하는 계급의 이 촘촘한 구조를 시인은 “층층시하”라 부른다. 계급의 층위마다 특별한 역할과 차별적 소득들이 부여되고, 이 위계의 “상후좌우 뒤집기”는 엄격히 “금지”되어 있다. 시인은 이 살벌한 풍경을 “다큐와 르포 사이”라 부름으로써, 사실성을 강화하고 비유성을 약화한다. ‘제발, (비유가 아닌) 사실 그대로의 이 모습을 들여다보라’는 것이다.
한편 임 시인은 남해(창선도)에서 태어나 동국대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2008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조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세렝게티를 꿈꾸며,왼바라기, 시선집 지 에이 피가 있다. 천강문학상(시조 우수상), 김만중문학상(시·시조 우수상), 정음시조문학상, 오늘의시조시인상, 중앙시조신인상, 한국가사문학대상 등을 수상했으며, 현재 21세기시조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박성민기자
이 시집의 근저에는 자본·인간, 문명·야생, 반생명·생명의 이항 대립의 구조가 있다. 그는 모든 생명을 사물화하는 자본-기계의 어둡고 황량한 풍경을 목도하면서, ‘야생의 족보’에서 출구를 찾는다. 야생의 족보는 신화적 상상력에 의해 더욱 보강되며, 이 황폐한 세계에 생명성의 건강한 집단 무의식을 소환한다.
이 시집의 첫 작품은 이렇게 요지부동의 수직적 계급 구조를 그리는 것으로 시작한다. 효율만 중시하는 사회의 인간관계는 ‘위아래’만 있고 ‘옆’이 없다. 수직의 절벽 같은 계급 구조는 사람의 ‘곁’을 허락하지 않는다. 계급-절벽의 최상부에 있지 않은 모든 사람은 “머리 위에 똥물”을 이고 산다. 자본-기계를 가동하는 계급의 이 촘촘한 구조를 시인은 “층층시하”라 부른다. 계급의 층위마다 특별한 역할과 차별적 소득들이 부여되고, 이 위계의 “상후좌우 뒤집기”는 엄격히 “금지”되어 있다. 시인은 이 살벌한 풍경을 “다큐와 르포 사이”라 부름으로써, 사실성을 강화하고 비유성을 약화한다. ‘제발, (비유가 아닌) 사실 그대로의 이 모습을 들여다보라’는 것이다.
박성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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