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효 (논설위원)
문재인 정권이 정권재창출에 실패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요인은 단연 부동산 정책 실패에 있었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동안 무려 28차례나 부동산 정책을 발표했다. 그럼에도 치솟는 집값·전셋값을 잡지 못했다. 분산 정책 없이 추진한 탓이다. 서민들의 ‘내집 마련’ 꿈이 더 멀어진 박탈감과 무주택자의 배가된 고통이 분노로 이어졌고 그 결과는 정권 교체였다.
문재인 정권은 대다수 정책도 그러했지만 유독 부동산 정책에 대해 무능과 무기력을 넘어 오만까지 했다. 현장 목소리를 인정하지 않고, 독선과 오기로 일관했다. 집값·전세값이 폭등하고 있는데도 정부와 민주당, 심지어 대통령까지 나서 줄곧 부동산이 안정화되고 있다고 오기를 부렸다. 규제만 하면 집값·전세값이 하락하게 돼 있다며 독선으로 일관했다. 그리고 부동산 실패를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하자 그 탓을 다주택자·갭투자자·언론에게 돌렸다. 시장을 무시한 채 자신들이 무조건 옳다며 규제만 남발한 오기·독선·무능의 정권이 무책임까지 했다. 결국 정권을 내어주고 말았다. 이는 스스로가 자초한 일이다.
하지만 새 정부가 추진할 것으로 보이는 부동산 정책을 보면 희망과 우려, 불안감이 동시에 교차한다. 집값·전셋값 잡자고 수도권에 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규제를 완화하는 윤석열표 부동산 정책이 국토를 더 왜곡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 집중을 더 심화시키고, 국토불균형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인 서울·수도권’ 심리가 높은 상황에서 새 정부가 시행할 주요 부동산 정책은 이러한 심리를 더 부채질할 수 있다. 새 정부는 임기동안 250만 가구를 공급하는데, 이 중에서 서울 등 수도권에만 130~150만 가구를 공급한다. 수도권에 주택 공급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수도권 수요 억제 역할을 했던 세제 및 대출 규제 마저도 완화되면 서울 등 수도권에 집을 매수하고자 하는 심리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인구의 서울 집중과 지방 이탈 현상은 더 가속화될 것이 뻔하다.
수도권에 신규 주택이 공급되면 단기적으로는 수도권 집값은 다소 하락할 수 있다. 수도권 집값이 하락하면 수도권으로 사람들이 몰리게 되고, 장기적으로는 수도권 집값은 다시 급등한다. 이에 반해 지방 집값은 대폭락하는 결과를 가져 오게 된다. 수도권은 주택 공급 확대→집값 다소 하락→인구 유입→주택 다시 부족→집값 폭등→주택 재확대 공급→집값 하락→인구 재유입→주택 또 부족→집값 폭등의 악순환을 거듭한다. 반면 지방은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로 인해 인구 유출→인구 감소→빈집 증가→집값 하락→공동화·피폐화 심화의 악순환이 반복되게 될 것이다. 종국에는 국가 소멸을 가져온다. 사람·기업·기관 등 모든 재원들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상황에서는 어떤 부동산 정책도 백약이 무효다. 분산 정책이 시행되면서 부동산 정책이 실행되어야 수도권은 물론 전국의 부동산 문제가 해결된다.
저작권자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