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길 달려온 강이 몸을 풀고 있다
새우등을 펴고 저도 한숨을 돌리고 있다
봄빛이 수다를 산란하는 강가
얼음이 봄빛에 귀를 잡혀 떠내려간다
소인국 주민이 밭둑에 불을 놓는다
아랑곳 않고 한뎃잠을 자는 염소 한 무리
나는 다만 굽어보는 것이다 강 너머
화양강 휴게소 국수 한 그릇 시켜 놓고
우수雨水라는 말을 풀피리처럼 불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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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시간은 언제일까요. 어떤 빛나는 순간을 우리는 따뜻한 기억으로 간직하고 있을까요. 먼 길 달려온 강물이 조금씩 몸을 풀며 한숨 돌리는 순간일 수 있겠고요. 봄이 온기를 산란하는 강가에 나무마다 움이 트는 광경일 수도 있겠어요. 화양강 휴게소에서 국수 한 그릇 시켜 놓고 가만히 내린 봄비 고인 자리를 보면서 저기에 내 가장 빛나는 날이 담겼을 거란 생각은 어떻겠어요. 모든 게 흘러가고 주변의 변화들이 우리를 심리적 공황에 빠지게도 하겠지요. 하지만 영원히 불편한 건 어떤 것도 없어요. 따뜻함을 잃지 않은 마음이 있으니까요. 이런 마음을 이기는 것은 없으니까요. 그러므로 우리 어디서부터가 만나고 헤어진 지점인지 가늠하지 않기로 해요. “지나고 보니 그때가 화양연화였어” 그런 말 말고요. 지금을 아름답고 귀하게 여기는 건 어떨까요. 국수 한 그릇 시켜 놓고 봄이면서 봄이 아닌 풍경을 마주하는 갸륵한 눈을 마주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불편한 것을 불편한 줄 모르는 마음을 다만 굽어보면서 사는 것까지도요. 그러하다면 지금이 언제나 화양연화라 여겨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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