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 소설 파친코와 일본의 파친코 산업
[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 소설 파친코와 일본의 파친코 산업
  • 경남일보
  • 승인 2022.03.28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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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미국인 작가 이민진(Min Jin Lee)이 쓴 장편소설 ‘파친코(Pachinko)’는 2017년도 출간되어 USA투데이, 뉴욕타임스, 영국 BBC 등에서 ‘올해의 책 10’으로 선정된 데 이어, 전미국도서상의 최종 후보에도 올랐다. 파친코는 일제강점기 부산에서 살던 ‘훈이’와 ‘양진’ 부부와 그들의 딸 ‘선자’에서부터 시작해 선자가 일본으로 이주해 간 후 낳은 아들과 그의 아들에 이르기까지 4대에 걸친 일가족과 주변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다. 이런 재일교포들이 일본에서 겪는 멸시와 차별과 그 속의 처절한 삶을 그리고 있다. 파친코는 Apple TV+ 오리지널 시리즈 드라마로 제작되어 지난 3월 25일부터 방영되기 시작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작가 이민진은 서울에서 태어나 7세 때 부모와 함께 미국으로 이민 가서 뉴욕 퀸즈에서 성장했다. 예일대에서 역사학을 전공한 뒤, 조지타운 대 로스쿨을 거쳐 변호사로 일하다가 건강 때문에 작가로 전업하여, 2007년도에 데뷔작 ‘백만장자의 공짜 음식(Free Food For Millionaires)’을 발표하여 미국 사회에서 주목받는 작가가 되었다. 소설 ‘파친코(Pachinko)’는 예일대에서 강의 시간에 재일한인 소년의 자살 사건을 듣고 ‘모국’이라는 제목의 소설을 구상하게 되었다고 한다. 2007년도부터 일본계 미국인 남편을 따라 4년 동안 일본 도쿄에서 생활하면서 집필을 위해서 수많은 재일한인들을 인터뷰했다고 한다. 이처럼 원작 소설 집필 과정에서도 많은 자료 수집과정을 거치기도 했지만, 이 드라마의 경우도 제작진이 수십 명의 역사학자와 관련분야 전문가에게 자문을 받고 재일교포들의 증언도 수집하여 최대한 당대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고자 했다고 한다.

소설과 드라마의 제목인 파친코(일본어: パチンコ)는 서양의 핀볼에서 유래된 일본의 대표적인 사행성 게임이다. 파친코 산업은 1927년경에 일본 간사이 지방 큐슈 지역에서 먼저 시작되었다. 2007년 말 통계에 의하면 일본 전역에 1만 7000여개 업소, 연간 매출액 약 29조 500억엔 (약 400조원), 종업원 수 44만 명에 달하였고 파친코를 즐기는 인구는 적게는 1700만 명에서 많게는 3500만 명에 이르기도 했었다. 한때 2만개를 넘봤던 전국 파친코 점포수는 최근 들어 1만개 아래로 떨어진데 이어 그 감소세는 앞으로 더욱 가파르게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파친코 산업의 침체가 최근 들어 본격화된 가장 큰 이유는 정부당국이 강력한 규제에 나섰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정부는 풍속영업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구슬 형태로 나오는 당첨 확률을 대폭 낮출 것을 의무화했었다. 이를 통해 파친코를 찾는 사람들의 규모를 줄임으로써 도박중독 등 문제를 완화한다는 목적이었다. 아무튼 일본 전국에 만여 개의 파친코 점포가 있는데, 그 중 50% 정도를 재일한국인들이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파친코 산업이 재일한인들의 주요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는 재일한인들이 일본 기업이나 공무원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길이 폐쇄되었기 때문에 현금의 흐름이 빠르고 소자본으로 영업이 가능한 파친코 산업에 눈길을 돌렸기 때문이었다. 파친코 산업은 재일한인들의 애환이 얽힌 생존의 근거지였던 것이다. 파친코로 억만장자가 된 재일동포로 평화공업사의 정동필(일본명 나카지마 겜키치) 사장이 대표적인데, 그는 1941년 일본에 건너와서 막노동 생활을 시작으로 파친코로 부를 이루었다. 한편 ‘쓰리세븐’의 한창우 사장은 경남 사천출신으로 1945년 해방 이후 일본에 건너가 파친코로 부를 이루어낸 재일한국인으로 유명하다. 현재 럭키세븐을 ‘쓰리세븐’으로 3배나 확대하였다. 그는 1995년 7월 7일 도쿄 시부야 역전의 번화가에 초대형 파친코점 ‘쓰리세븐’을 세웠는데, 8층 건물의 2층에서 6층까지가 온통 파친코 점으로 개장하는데 공사비만도 50억 엔이 투입되었다고 한다. 점점 쇠락의 길을 걷고 있는 파친코 산업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해 보인다. 재일한인 기업가들은 각자의 경험과 노하우에 바탕을 둔 새로운 경영 비전의 구축과 생존전략의 수립이 요망된다.

경상국립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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