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 요청 글 게시 3일 만에 헌혈증 60장 모여
지난 25일 진주지역 온라인 육아카페 ‘진주아지매’의 ‘구합니다’ 게시판에는 다급함이 느껴지는 게시물 하나가 올라왔다.
이 게시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중고 육아용품 구매 희망 글과는 달리 ‘헌혈증 구합니다.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었다.
게시자는 “초등학생 조카가 소아암 판정을 받고 양산부산대학교병원 어린이병원에 있다”며 “머리까지 삭발해 마음이 안 좋은데 도와줄 방법이 없다”는 사연을 전했다.
이어 “치료 중 피가 모자를 수 있다고 해 헌혈증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헌혈증을 가지고 계신 분께서 연락을 주신다면 받으러 방문하겠다”고 호소했다.
카페 측은 이 게시글을 등록 15분 만에 카페 ‘필독’ 공지로 설정했다. ‘필독’ 공지로 설정되면 가입자 수 10만 명의 이 카페 첫 화면을 비롯해 어느 게시판에서든 맨 위로 배치돼 쉽게 눈에 띈다.
카페 운영진은 댓글을 통해 “같은 엄마 입장으로 마음이 아프다. 쾌유를 간절히 바란다”며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리고자 3일간 필독 공지로 올려드린다”고 힘을 보탰다.
그 결과 해당 게시글은 조회 수가 대부분 두 자릿수에 머무는 같은 게시판 내 다른 글과 달리 1600여 건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게시글에는 “19살 아들의 헌혈증 4장을 주고 싶으니 연락 달라” 등 기부 의사를 밝히는 댓글이 답지했다.
이 같은 반응에 힘입어 해당 글 게시자는 ‘필독’ 공지로 등록된 사흘 동안 헌혈증 60장가량을 구할 수 있었다. 기부자들은 게시자와 같은 진주지역 온라인 카페 회원이라는 공통점밖에 없었지만, 모두 흔쾌히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게시자 임모(30)씨는 “퇴근 후 일일이 찾아가서 받다 보니 시간이 부족해서 이 정도 구했지만, 실제론 한두 장씩이라도 주시려는 분들도 많이 계셨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면식 없는 이웃들의 선한 영향력에 정말 큰 감동과 은혜를 받았다”며 “저 또한 주변 이웃들이 힘들 때 모른 척하지 않고 기꺼이 도움이 되는 이웃이 되고 싶다는 다짐을 매일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 카페에서 헌혈과 관련해 도움을 구하는 글이 공지로 등록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카페 측은 2년 전부터 관련 글을 공지로, 1년 전부터는 더욱 시인성 높은 ‘필독’ 공지로 지정해 많은 이들이 읽고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힘을 보태고 있다.
이태경 ‘진주아지매’ 대표는 “과거 헌혈이 급한 분의 글을 공지로 등록했더니 많은 도움이 됐다기에 시작했다”며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거창한 마음보다는, 회원들끼리 실제 도움이 필요한 분을 서로 돕는 기조에 맞춰 마련한 방침”이라고 밝혔다.
백지영기자 bjy@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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