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야기] 봄을 떠먹다! 도다리쑥국
[농업이야기] 봄을 떠먹다! 도다리쑥국
  • 경남일보
  • 승인 2022.03.29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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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직장에 자리이동이 있어 책장을 정리하다 문득, 오래된 자료 하나를 발견했다. 누렇게 빛이 바랜 신문 조각 하나가 20여 년 전 그 시간으로 나를 안내했다. 그 신문 스크랩에 담긴 내용은 통영에서 향토음식으로 유명해진 ‘도다리 쑥국’이다. 그때 함께 근무했던 원장님께서 식생활에 관한 신문기사를 오려 주시며 ‘DB화 해두면 훗날 귀중한 자료가 될 것’이라는 자필 메모도 덧붙이셨다. 무심한 듯 세심하게 챙겨주시던 그분께, 그동안 바쁘단 핑계로 연락한번 드리지 못한 것이 마음 속 짐이 된 듯하다.

도다리쑥국은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남해안, 특히 통영, 거제지역 제철음식이다. 봄이 오는 즈음, 서민들이 즐겨 끓여먹었던 도다리쑥국이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면서 통영의 명물로 자리를 잡았다. 지금은 전국 어디서나 맛볼 수 있는 음식이 되었지만 20여 년 전 그 당시, 싱싱한 봄도다리와 해풍을 맞아 향긋함을 더한 쑥을 맛보려면 단연코 통영이 으뜸이었다. 이 음식을 맛보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관광객들이 초만원을 이루었다. 그때 젊었던 음식전문가는 이제 70대 중반을 바라보는 할머니가 되었고, 그 비법은 지금도 투박한 손맛으로 전해 내려오고 있다.

봄을 맞아 양지바른 언덕에서 파릇파릇 솟아나는 어리고 연한 햇쑥과 남해안의 싱싱하고 살이 오른 봄도다리, 된장을 함께 넣고 끓이면 봄 향기 솔솔 풍겨 오르는 한 그릇의 보약이 된다. 도다리쑥국의 비법은 연하고 향이 좋은 햇쑥과 집에서 담근 집된장이 맛을 좌우한다. 한산도와 매물도 양지바른 언덕에서 캐온 해풍을 머금은 햇쑥에 도다리 역시 통영 앞바다에서 잡아 올린 활어를 써야 제 맛이다. 그래야 야들야들 부드러운 도다리살이 사르르 입안에서 녹는다. 재료의 싱싱함이 맛으로 전이되어 더욱 입맛을 돋운다. 쌀뜨물에 집된장, 마늘, 파를 넣고 부족한 간은 소금으로 맞추면 구수하고 시원한 맛을 낸다. 쑥은 너무 많이 익으면 향이 사라지고 빛깔도 누렇게 변하고 질겨지기 때문에 국물이 완전히 끓은 다음 쑥을 넣고 한소큼만 살짝 끓여 주어야 한다. 이정도만 해도 육지와 바다의 오묘한 향이 어우러진 봄도다리쑥국을 제대로 맛 볼 수 있다.

국화과에 속하는 쑥은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성인병예방과 노화를 방지, 나쁜 기운을 다스리고 여러 가지 질병에 효험이 있다하여 예로부터 민간요법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어온 약초이다. 또한 떡이나 된장국, 튀김뿐만 아니라 채취해 말려 두었다가 달여 마시면 감기예방에도 특별한 효능이 있다고 한다. 도다리는 봄철에 새살이 올라 영양적으로도 우수한 생선이다. 단백질의 질이 우수하고 지방함량이 적어 담백해서 개운한맛이 으뜸이다. 이렇듯 싱싱하고 영양 많은 봄도다리에, 봄의 전령사인 향긋한 쑥을 더하면서 봄을 만끽할 수 있는 음식, 참으로 궁합이 잘 맞는 제철 음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코로나로 인해 몸도 맘도 지쳐가는 요즘, 이번 주말엔 가까운 남해안 봄나들이로 봄기운을 충전하면서 봄 내음 물씬 풍기는 보양식 도다리쑥국 한 그릇으로 활력을 찾아봄이 어떨까 싶다.

장은실 경상남도농업기술원 농촌자원과장·농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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