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란 냇가, 골짜기, 계곡, 강, 바다와 같은 자연 지형부터 도로, 철로, 건물이나 구축물 등의 위를 건너갈 수 있도록 만든 고가구조물이다. 교량을 시공할 때는, 해당 구역을 메우는 것보다 교각을 세워 건너가는 것이 더 경제성이 있을 때 시공을 결정하게 된다. 다리를 구성하는 부분은 물론 다리의 종류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상판(床版, Deck), 교각 (橋脚, Pier), 교대 (橋臺, Abutment)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구성부분이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고 조합이 되는가에 따라 다리의 유형은 단순교, 트러스교, 라멘교, 아치교, 현수교, 사장교 등 6가지로 분류된다. 다리의 규모를 나타내는 주요개념으로는 인접한 두 교각/교대 사이의 공간을 뜻하는 경간(span)과 경간의 거리를 나타내는 경간장(span width), 여러 경간 가운데 최대의 경간장을 주경간장이라고 하는데 현수교나 사장교의 경우는 주탑 사이의 경간이 최대경간장이 되는 편인데, 주탑 간 거리라고도 한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사장교는 올림픽 대교, 서해대교, 인천대교, 진도대교, 돌산대교 등을 들 수 있고, 대표적인 현수교로는 이순신 대교, 광안대교, 영종대교 등을 들 수 있다.
1998년 이래로 세계에서 제일 긴 현수교는 1991m(6532ft)인 일본의 아카시 해협 대교였다. 그러나 지난 3월 18일 터키에서 길이가 2023m(6637ft)인 ‘1915 차나칼레교’가 개통되면서 세계에서 제일 긴 현수교로 등극하게 되었다. 차나칼레는 터키 북서부에 위치한 도시로, 차나칼레 주의 주도이다. 유럽과 아시아 두 대륙에 걸쳐 있는 길이 60㎞에 최대수심이 94m인 다르다넬스 해협의 아시아 쪽에 접해 있다. 북쪽에 있는 유럽 지역을 횡단하는 페리가 운행되며 트로이의 목마로 유명한 트로이 유적이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하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수많은 군인들의 목숨을 앗아간 갈리폴리 전투가 이곳 갈리폴리에서 벌어졌던 사실이 잘 알려져 있다.
이 다리의 공식명칭이 ‘1915 차나칼레’로 명명된 것은, 13세기 말에 등장한 오스만 투르크 제국이 1915년에 영국과 프랑스 해군을 격파한 다르다넬스 해전이 벌어진 역사적 사실을 상기시키려는 것이다. 이 다리의 주탑 간 거리인 2023m는 터키가 1923년에 건국하였으므로 건국 100주년이라는 의미까지 담고 있다. 지난 2017년 일본을 따돌리고 한국 건설기업인 DL이앤씨와 SK에코플랜트가 수주에 성공하여 3563m의 대교를 건설하는 공사가 시작된 이래 총사업비 3조 5000억원을 투입하여 5년 만에 완공함으로써 아시아와 유럽대륙을 다리 하나로 연결하게 되었다. 배로 1시간이 소요되던 거리를 자동차로 6분 만에 건널 수 있게 되었다.
차나칼레 대교가 건설된 이 지역은 강진의 위협이 상존할 뿐만 아니라 강풍이 잦은 이 해협에 초속 91m의 바람에도 견뎌내는 안전성까지 고려하면서 설계에서 시공까지 독보적인 현수교 건설 기술력을 전 세계적으로 입증한 대역사였다. 말하자면 세계 해상 특수교량 시장에서 기술적 한계라고 여겨졌던 주경 간 길이 2㎞를 뛰어넘은 최초의 현수교로 최첨단 토목공학 기술의 집약체로 평가된다. 주탑의 높이도 세계 최대인 334m로 320m인 빠리의 에펠탑보다 높다. 이 공사에는 연인원 1만 7000여명이 투입되었고, 모든 철강 자재는 포스코의 철강을 사용했는데, 항공기 150여대를 제작할 수 있는 강판이 투입되었으며 아파트 2300여 세대를 지을 수 있는 콘크리트가 투하되었다. 터키정부는 공화국 건국 100주년인 2023년을 기념하기 위해서 2023년 10월까지 건설할 것을 요구했는데, 공기를 무려 1년 7개월이나 앞당기며 빠르게 완공해냈다. 두 주탑 간에 강철케이블로 연결한 뒤 상판을 수직으로 들어 올려놓는 공정에서 마지막 상판을 2021년 12월에 마무리하게 되었다. 이 다리의 개통으로 아시아와 유럽대륙 간의 무역 로를 연결함에 있어서 거리를 단축하고 시간절약을 할 수 있게 되어 터키정부는 연간 4억 유로 이상을 절약하는 경제적 효과를 달성할 수 있게 되었다. 경상국립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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