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경남문단 그 뒤안길(589)
강희근 교수의 경남문단 그 뒤안길(589)
  • 경남일보
  • 승인 2022.04.21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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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9)진주지역의 학교 교가 누가 많이 작사했나?(2)
작사가 중에서 한국문단의 원로 시인 순으로 보고자 하는데 지난 회에서는 이은상, 이병기 두 분 작사한 내용을 살폈다,

오늘은 유치환, 박두진, 박목월, 김상옥, 설창수 순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통영 출신 유치환은 진주여자고등학교 교가를 지었다.

“오늘도 진리의 휘영청 푸르름 아래/ 비봉산 초목들이 피고 지고 겸양하듯/ 남가람 고운 물이 흘러 흘러 한결 같듯/ 그리하여 마침내 이내 몸이 큰 하나의 맺혔음을/ 배움으로 애오라지 먼 후일을 기약하는 저희들”

이 교가는 종래의 여늬 교가와는 달리 시적인 흐름을 보인다. 그는 작사 외뢰를 받고는 천편일률적인 다른 교가와는 달리 쓰고자 작심하고 쓴 것처럼 보인다. 진리를 가르치는 학교의 보편적 사명을 들어내는 데로부터 시작한다. “진리의 휘영청 푸르름 아래”는 진리를 찾자라 할 것을 ‘휘영청 푸르름 아래’라 했다. 그런 뒤 푸르름 이미지로 비봉산 초목으로 이어놓는다. 그 뒤에 흐르는 남강을 끌어오고 그리고 겨레나 나라를 끌고올 것인데 “마침내 이내 몸이 큰 하나의 맺혔음”이라 했다. 조국이나 민족이라는 그 상투성을 피해서 표현한 용기를 발휘했다.

그 다음에는 청록파 시인 박목월 박두진이 등장하는데 ‘사가 및 지역 노래’에 들어가는 작사라 교가와는 거리가 있다.

그 다음에 통영 출신 김상옥 시인이 나타난다. 김 시인의 작사는 삼현여자고등학교에 이르러 등장한다. 삼현여고 개교 어우름에 김상옥 시인은 학교의 ‘교빈’으로 추대를 받았으므로 작사도 특별히 신경을 썼을 것이다. “푸르러라 앞가람 기나긴 띠를 / 마음에도 두르고 자라 온 우리/ 꽃다운 매운 넋을 물 위에 띄워 / 겨레의 지난 자취 새겨온 고장/ 여기에 흘러내린 뜻 있어 세 가지 어진 모습 갈고 닦아/ 삼현으로 저희 앞에 은혜 있으라/ 삼현으로 겨레 앞에 영광 있으라”

가사가 여성적 서정이 곱게 흐른다. 표현도 여늬 교가에서 보이는 관념 중심의 내용이 섬세한 언어의 도움으로 가늘고 아름다이 새겨져 있다.

이어서 등장하는 작사가 시인은 설창수이다. 설창수는 광복 이후 진주지역 문단, 예술계 등에서 맨 앞자리에서 활약했으므로 가사도 가장 많은 실적을 보인다. 진주지역 교가가 8작품이고 3작품은 지역 예술 관련 가사이다. 설창수는 광복 이후 뜨거운 열정으로 민족애를 불태웠다. 그의 표현 방법은 언론으로, 웅변으로, 연극으로, 시 작품으로, 또 가사 작품으로 다양한 갈래로 접근한 전천후 시인이었다.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가가 첫 번째로 선보인다.

“높은 이상에 타오르는 젊은 정열이/ 지리산 천왕봉에 구름되어 꽃피고/ 깊은 진리를 탐구하는 구원한 뜻이/ 칠암벌 푸른 숲에 쇠북되어 울린다/ 영광일세 경남과기대 우리 개척의 학도” 이 가사에 ‘쇠북되어 울린다’는 구절이 파성 설창수의 전매 특허로 여러 곳에 등장함을 본다. 그리고 그 구절을 보면서 이 가사가 진주농업학교로부터 농림전문대학, 산업대학, 과학기술대학으로 발전되어 가는 가운데 교가는 이름만 바꾸어 승계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혹 달리 변천되는 과정을 겪었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이 학교는 지금 ‘경상국립대학교’로 통합되어 맘모스 국립거점대학으로 세계지향의 항로 위에 놓여 있다.

설창수의 다음 교가는 경상국립대학교(진주농과대학 시절부터) 교가이다.

“장백의 힘줄기는 뻗어 솟은 방호산/ 낙동강 칠백리로 남가람은 흐른다/ 개천의 아득한 날 무지개 쌍돋을 때/ 비롯된 겨레들이 죽고 죽어 살았다/ 보라! 대학 가없는 동해의 파도/ 부딪쳐 이끼 짙은 태고의 성을” 가사에서 ‘장백’은 백두산이고 ‘방호산’은 지리산을 말한다. 설창수 시인은 통용으로 부르는 이름보다 숨겨진 이름을 활용하기를 즐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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