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남의 포엠산책 (74) 파란장미 (강순)
강재남의 포엠산책 (74) 파란장미 (강순)
  • 경남일보
  • 승인 2022.04.24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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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나를 사하라라 부르고 아라비아라 부르고 고비라 부르고 파타고니아라 부르고 그레이트빅토리아라 부르고 타르라 부르고 칼라하리라 부르고 타클라마칸이라 부르고 그레이트샌디라 부르고 아타카마라 부르고 카라쿰이라 부르고 모하비라 부르고 여우의 엄마라 부르고 낙타를 어서 내보이라 소리친다



전갈의 독을 가지고 가끔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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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적으로 생겨나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요. 팬데믹 시대에 접어들고는 더욱 그런 생각이 많아졌어요. 그러면서 모든 이에게 따뜻한 안부를 전하게 돼요. 의례적인 것이 아닌 진심에 가까운 게 예전과 달라진 모습이기도 하고요. 그것을 희망이라 부르고 싶어요. 자연적으로 절대 생길 수 없는 파란 장미처럼 포기하지 않는 사랑으로 부르고 싶어요.

초등학생 때 어린왕자를 읽었어요. 거지와 왕자 같은 동화는 아니었죠. 한참 별에 빠져 있던 때여서 어린왕자는 각별하게 다가왔지요. 그리고 언젠가 비행기 조종사가 되어 사막 어디에 불시착하기로 마음먹었죠. 그때의 희망 사항이었고요. 별을 동경하게 된 이유를 설득하고픈 묘한 심리가 작용한 것 같아요. 집 한 채 크기의 내 사는 곳이 좀 심심하고 따분하다거나 장미의 변덕스러움에 지쳤다거나 그런 이유가 필요했는지 모를 일이겠어요. 어린왕자는 미래의 내 모습으로 지구별에 왔을 거란 생각을 떨칠 수 없었죠. 양 한 마리 그려줘. 떼를 쓰는 아이에게 작고 예쁜 양을 그려주고 싶었어요.

어디에 불시착하면 가장 가까이에서 그 아이를 만날 수 있을까요. 누군가 나를 사하라라 불러주면 나는 사하라가 될까요. 파타고니아 그레이트빅토리아 타르 칼라하리 타클라마칸이라 불러주면 그 이름이 될 수 있을까요. 그레이트샌디라는 낯선 이름은 어떨까요. 아타카마 카라쿰 모하비여도 상관없겠어요. 모든 여우의 엄마일 때 본질적인 것은 눈에 보이지 않다는 걸 알게 되겠지요. 다른 존재에 길들여지는 방법을 터득하겠지요. 낙타를 어서 내보이라 소리치는 것을 보면서 어쩔 수 없이 전갈의 독으로 일어서기도 할 테지만요. 이 기적 같은 일에 파란 장미의 역할은 얼마큼인지 알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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