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남해군 ‘참전유공자 흔적남기기 사업’의 가치
[현장칼럼]남해군 ‘참전유공자 흔적남기기 사업’의 가치
  • 김윤관
  • 승인 2022.04.26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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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관



당연한 일임에도 대수롭지 않게 지나치기 쉬운 일들이 많다. 하지만 이렇게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단순한 임무라 할지라도 막상 그 임무를 달성하고 나면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게 된다.

남해군이 최근 유배문학관에서 펼치고 있는 ‘6·25 전쟁·월남전 참전유공자 흔적남기기 사업’ 전시회가 바로 이런 사례라 할 것이다. 남해군은 지난해 ‘6·25 전쟁 70주년’을 맞아 의미 있는 특수시책을 추진했다. 남해군에 거주하고 있는 6·25 전쟁 참전유공자는 물론 베트남 전쟁 참전 유공자들까지 포함해 그 분들이 간직하고 있는 기록을 모으기 시작했다. 고향을 떠나 죽음과 삶이 교차하는 공간에서 남겼던 편지와 사진 등이 모였고, 당시 전황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육성 녹음도 차곡차곡 쌓였다.

남해군은 군내 6·25 참전유공자가 229명이고 평균 연령은 93세에 이른다. 그리고 베트남 참전 유공자는 243명이다. 이들의 평균연령 76세라는 점에 착안해 이번 사업을 추진했다. 기록을 모으는 일이 더 늦어지면 안 된다는 판단과 더불어, 무엇보다 참전유공자들이 그에 걸맞은 사회적 존경과 예우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더해졌다.

어찌 보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이고 단순하고 소소하게 여겨질 수 있는 일인데도 놀라운 장면들이 연출되기 시작했다.

먼저, 기초자치단체 차원에서 이처럼 대대적으로 참전유공자들의 기록을 모으는 작업이 전무했다는 점이다. 남해군이 전국 최초로 ‘흔적남기기’ 사업을 시행했다. 참전유공자들의 자료가 한데 모이고 보니, 한편의 대하역사 소설과 같은 수많은 이야기와 묵직한 감동이 전해지고 있다.

“시체 더미 속에서 죽은 척 숨어 있다가 구사일생으로 살아났다”는 이야기에서부터, “배속받은 부대에서 고향 사람을 만나 살가운 정을 나누었다”는 경험담 등이 큰 울림을 주고 있다. 일상생활 속에서 함께 살아온 우리 주변의 어르신들이 직접 이야기하는 참혹한 전쟁 상황을 한 자리에서 접하게 되는 것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장충남 군수는 “참전 유공자 흔적 남기기 사업이 70년 전 누군가의 아픔과 고난이 있었기에 오늘날 우리가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음을 다시 한 번 느끼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며 “국가를 위한 희생과 공헌에 감사하고, 사회적 예우 분위기를 조성하는 한편 후손들에게 나라사랑 정신을 함양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6·25 전쟁·월남전 참전유공자 흔적남기기 사업’은 입소문이 퍼지면서 각계각층의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각 시·군 참전유공자회는 말할 것도 없고, 학생들의 방문이 계속되고 있으며, 전국 곳곳에서 관람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참전유공자들을 예우하고 그분들의 자긍심을 고취시키겠다는 남해군의 ‘행정 목표’에 더해 서로의 아픔과 경험을 존중하고 쓰다듬는 진정한 지역 공동체의 한 모습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바로 이런 게 기록의 힘이고, 한 공간에서 어우러져 살아가는 사람들이 계승해 나가야할 가치다. 남해군의 사례처럼 도내 여러 시·군에서도 ‘흔적 남기기 사업’을 적극 추진해 볼만 할 것이다.

더불어 남해군에서는 참전유공자들 뿐 아니라 여러 계층과 지역의 이야기를 모으고 관리하는 일에 더욱 매진했으면 한다.

충북 증평군에서 전국 최초로 복합문화공간·도서관·기록관·박물관을 한데 모은 ‘증평 기록관’을 운영하면서 지역 공동체 활성화는 물론 관광객 유치에도 효과를 보고 있다고 한다. 신청사를 건립 중인 남해군으로서는 적극 검토해 시행해 봄 직하다. 천혜의 자연 경관 못지않게 ‘참여유공자 흔적남기기 사업’ 역시 많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킬러 콘텐츠로 자리 잡는 데 손색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김윤관 서부취재본부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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