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시장을 거스르는 정책은 실패한다
[경일시론]시장을 거스르는 정책은 실패한다
  • 경남일보
  • 승인 2022.04.28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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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석 (객원논설위원·경상국립대학교 명예교수)
자본주의 경제체제는 시장에서의 거래를 통해서 돌아간다. 사람들은 자신이 생산한 물건만을 소비하기보다는 자신이 생산한 물건과 다른 사람들이 생산한 물건을 시장에서 교환해 다양한 재화를 소비하고 그로부터 훨씬 더 많은 이익을 누린다.

거래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물건의 시장가격이다. 시장가격은 여러 물건 사이의 상대적 가치에 대한 정보를 사람들에게 알려준다. 예를 들어 서울 집값과 지방 집값의 차이는 사람들이 어느 지역의 집을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지를 알려준다. 그런데 우리가 어떤 색깔의 옷을 좋아하는 것이 옳고 정의로운 것인지는 무관하듯이 시장가격은 사람들이 어느 물건을 더 좋다고 생각하는지를 알려줄 뿐이고, 사람들이 어떤 물건을 선호해 가격이 높게 정해지는 것이 옳고 정의로운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요즘 우리 경제에서 몇 가지 가격이 사회적 관심의 대상이다. 부동산 가격과 임금이 그 예다. 부동산 가격은 너무 높아서 문제이고, 임금은 너무 낮아서 문제라는 의견이 많다.

시장에서 가격 수준은 수요와 공급 중에 어느 쪽이 더 많으냐에 따라 결정된다. 부동산의 경우 서울 집들에 대한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적은 것이 높은 가격의 원인이고, 임금의 경우 비숙련 노동자 공급은 많은데 수요가 적은 것이 낮은 임금의 원인이다. 구체적으로 가격은 시장에서 수요자와 공급자 간 흥정을 통해 결정되는데 이 장면에서 시장에서 강자와 약자가 결정된다. 즉 수요와 공급 중 더 많은 사람이 몰려 있는 쪽에서 서로 간에 경쟁이 심하고 결과적으로 흥정력이 약해져서 약자의 처지에 놓이게 된다.

만약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여 가격을 약자에게 유리한 쪽으로 정하면 시장에서 약자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진다. 부동산 가격을 강제로 낮추면 집을 낮은 가격에 사서 이익을 누리려는 사람들이 늘어나 수요는 더 증가하게 되고 수요자 간 경쟁도 더 치열해진다. 억지로 싸게 정해진 값에 집을 사게 된 사람들은 복권에 당첨된 듯한 이익을 누리고 나머지 사람들은 자신도 복권에 당첨되기 위해 시장으로 몰려든다. 이런 수요의 증가는 원래 시행된 집값 억제정책의 목표를 무력화시킨다. 최저임금을 너무 올리면 비숙련 노동자를 고용하려는 사업장이 더 줄어들어 노동자 간 경쟁이 더 치열해진다. 더욱이 임금이 싸면 노동시장에 나오지 않을 사람들도 높은 최저임금을 노리고 노동시장에 나오게 된다. 이것이 지속되면 정말 최저임금이라도 받으며 일해야 하는 저소득층은 구직이 더 어려워지고 인상된 최저임금 때문에 더 불행해진다.

가격은 시장의 강자와 약자 사이에 존재하는 힘의 불균형을 상쇄시키는 작용을 한다. 집값이 높으면 새로운 집을 공급해서 이윤을 남기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공급이 증가해 부동산 시장의 강자인 공급자 간 경쟁을 치열하게 만들고 궁극적으로 가격의 안정을 가져온다. 최저임금의 인상을 완만하게 만들면 비숙련 노동자를 고용하는 기업들의 채산성이 좋아져서 보다 많은 고용 수요가 생겨나고 결과적으로 고용과 임금이 함께 올라가게 된다.

따라서 정책의 목적이 어떻든 시장의 원리를 거스르는 가격 억제 정책은 시장에 참가하는 사람들의 이익 추구 욕구를 바꾸지는 못한다. 지난 정부의 부동산 및 최저임금 정책도 시장의 원리에 의한 가격안정을 유도하고, 시장간섭은 최소화했다면 실패하지 않았을 것이다. 다행히 새로 들어설 정부는 시장과 가격기능을 중시하고 정부의 간섭을 꼭 필요한 부문에 최소화하여 자유민주적 시장경제 체제와 법질서를 되살리겠다고 공약한 바 있으니 그 구체적 정책들을 어떻게 실천해 나갈지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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