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칼럼]전국옥새와 대한민국 국새
[경일칼럼]전국옥새와 대한민국 국새
  • 경남일보
  • 승인 2022.05.04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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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명영(수필가·전 명신고 교장)
중국 원나라와 명나라 대에 걸쳐 완성된 4편의 장편 소설을 일컫는 사대기서(四大奇書) 중의 삼국지연의를 우리말로 옮긴 소설 삼국지를 관통하는 것은 옥새의 향방이다.

소설 삼국지에 변화(卞和)가 형산 아래에서 봉황이 돌 위에 깃들이는 걸 보고 그 돌을 들어내 초나라 문왕에게 올렸던바, 돌을 깨뜨리니 옥이 나왔다. 이른바 화씨옥이다. 초나라를 멸망시키고 그 옥을 얻은 진시황은 이사에게 전서를, 옥공 손수에게 조각을 명하여 윗부분에는 다섯 마리의 용과 인면에 “명을 하늘로부터 받았으니(受命於天) 오래가고 길이 번창하리라(旣壽永昌)”를 새겼다.

시황제가 동정호를 순시하다 풍랑에 배가 뒤집히려 하자 옥새를 물에 던져 물결을 잠재운다. 수년 후 진시황이 화음지방을 순시하는데 한사람이 길을 막고 옥새를 바치면서 “조룡(祖龍)에게 돌려드리고자 합니다.”

나라에서 나라로 이어져 전국옥새로 불리는바, 한고조가 천하를 얻게 되자 시황제의 아들이 옥새를 고조에게 바치고, 전한 평제까지 한나라 왕실의 위엄의 상징이 된다.

왕망이 신(新)을 세울 무렵에 옥새를 내어주던 효원 황태후가 왕망의 손발인 소헌과 왕심을 옥새로 내리쳐 한 모퉁이가 깨어져 때웠고 후한의 광무제로 들어갔다.

삼국시대로 접어들어 동탁을 토벌하고자 결성된 동맹군 손견이 가장 먼저 낙양에 입성한다. 새벽에 오색 광채가 피어오르는 건장전 남쪽 우물 속으로 군사를 내려 보내 궁녀의 시체에서 옥새를 얻는다. 손견이 죽음에 이르러 동생 손책에게 전하고, 손책은 원술에게 병력을 빌리는 담보로 맡긴다. 원술은 옥새를 손에 넣자 황제가 된 듯 우쭐대다 사방으로 적에 둘러싸여 피를 한말이나 토하며 죽는다. 조조의 위나라에서 사마씨의 진(晋)나라로 들어간다.

김진명의 역사소설 ‘고구려’에 그 옥새가 등장하고 있다. 낙랑태수 최비는 모용씨의 융성으로 진이 쇠퇴하자 고구려와 동맹군을 결성하여 모용외를 격퇴시키려 획책한다. 사마예 앞에서 옥새를 두 조각내어, 한 조각은 대선우 모용외에게 주면서 옥새를 찍어야 하는 중요한 일은 의논하겠다. 그리고 은밀히 고구려 미천왕을 찾아 나머지 반쪽을 바치면서 동맹을 맺어 모용외를 쳐부수자한다. 모용외 군사 원목중걸은 고구려 장군 여노에게 진중 면담을 요청하여 조각난 옥새를 보여주며 여노의 반쪽을 받아 맞춰보니 일치한다. 원목중걸은 진의 주업은 농경인데 보내온 문서에는 날씨와 관련된 내용이 없어 반쪽 옥새로 미리 여러 문서를 만들고, 그 반쪽 옥새를 고구려로 넘겨 희롱하였음을 밝혀 최비의 연합 전략은 깨어지며 진은 몰락의 길로 접어든다.

국새는 국사(國事)에 사용되는 관인으로서 나라의 중요문서에 국가의 상징으로 사용된다.

대한민국 국새(國璽) 제1대(1949.5~1962.12.31.)는 한문 전서체로 대한민국지새(大韓民國之璽)로 새겼는데 안뉴는 자세하지 않다. 2대(1963.1.1~1999.1.31.)는 한글 전서체로 대한민국을 새기고 인뉴(손잡이)는 거북이 모양이다. 제3대(1999.2.1~2008.2.21, 2010.12.1~2011.10.3.)는 훈민정음체로 대한민국을 새기고 인뉴는 봉황으로 만들었다. 4대(2008.2.22~2010.11.30.)는 훈민정음체로 대한민국을 새기고 인뉴는 봉황으로 만들었다.

현재 사용중인 제5대(2011.10.4~)는 훈민정음체로 대한민국을 새기고 인뉴는 봉황 위에 무궁화 꽃이 활짝 피어있는 모양이다. 봉황은 상상의 새로서 성인의 탄생에 맞추어 세상에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동나무에 살면서 예천을 마시고 대나무 열매를 먹으며 봉은 수컷이요 황은 암컷이다. 제3, 4대 국새의 인뉴는 한마리로 봉인지 황인지 구분되지 않는다. 현행 5대 국새 인뉴의 봉황은 뚜렷하게 두 마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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