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난 진상 만취 승객에 택시기사 ‘한숨’
늘어난 진상 만취 승객에 택시기사 ‘한숨’
  • 백지영
  • 승인 2022.05.12 19: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거리두기 해제…술자리 증가 영향
기사 “욕설 등 행패 막기 어려워”
도, 폭행 물리적 차단 ‘격벽’ 지원

사회적 거리두기 전면 해제로 술자리가 늘어나면서 만취 승객이 택시 기사에게 행패를 부리는 사건도 점차 늘고 있다.

지난달 1일 오후 4시께 사천에서 만취 상태로 택시에 탄 A씨는 택시 속도가 빠르다는 이유로 욕설과 함께 택시기사 머리를 2차례 폭행했다. A씨는 신고받고 출동한 경찰관 다리 역시 걷어차 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지난달 24일 오후 9시 30분께는 김해시 대청로 한 도로에서 택시에 탑승한 30대 승객이 “운전 똑바로 하라”며 택시 기사의 뺨을 때린 혐의(특정범죄가중법상 운전자 폭행)로 불구속 입건됐다.

12일 경남경찰청에 따르면 4월 한 달간 도내에서 택시 기사 폭행으로 접수된 사건은 13건이다. 경찰 신고 단계까지는 가지 않은 신체적·언어적 폭력까지 포함하면 사례는 훨씬 늘어난다.

진주에서 2년 6개월째 개인택시를 운행하는 김모(59)씨는 최근 들어 하루 한 번꼴로 일명 ‘진상’ 손님을 만난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술자리가 줄면서 함께 감소했던 만취 승객 행패가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와 함께 큰 폭으로 늘었다.

이달 초 택시에서 마스크를 벗은 승객에게 착용을 요구했다가 겪은 일이 대표적이다. 당시 술에 취한 채 택시를 탔던 승객 2명은 김씨 목소리가 컸다는 이유로 욕설과 함께 도로 한복판에서 갑자기 문을 열고 택시에서 하차했다.

김씨는 “당시 옆 차로 후방에서 차량이 달려오고 있었다”며 “교통사고는 간신히 피했지만 생각할 때마다 아찔하다”고 회상했다.

그는 “승객이 돈을 내지 않거나 시비를 걸어 경찰서를 가봐도, 폭행으로 번지지 않고 취객이 막무가내로 나올 경우 특별히 달라지는 게 없더라”며 “아들뻘 승객이 욕설과 바닥에 던지고 간 돈을 주운 날은 마음이 아파 더는 근무를 하지 못했다. 모멸감에 잠을 이루지 않는 날이 많다”고 말했다.

문제는 술을 적게 마시는 문화를 조성하는 것 외에는 폭력이 동반되지 않은 만취 승객들의 행패를 막을 뚜렷한 방안이 없다는 점이다.

물리력을 행사한 경우라면 수사 기관에 접수돼 사건화되곤 하지만, 이마저도 피해를 온전히 보상받기는 힘들다.

정정배 전국택시산업노동조합 경남지역본부 의장은 “택시기사가 승객에게 맞아 경찰에 신고해도 합의를 못 봐 자기 돈으로 치아를 해 넣었던 사례가 있다”며 “그나마 택시 내 격벽 설치 정도가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고 말했다.

택시 보호 격벽이란 운전자 좌석 주변에 운전자와 승객을 공간적으로 분리하는 투명한 칸막이벽 시설로, 시내버스와 달리 택시에서는 의무 설치 사항은 아니다.

이 때문에 도내 택시업계는 지자체와 정치권에 격벽 설치 지원을 요구해왔다. 경남도는 격벽이 기사를 승객 폭행과 코로나에서 보호하는 데 효과가 있다고 보고 사업 추진에 나섰다.

도 관계자는 “상반기 933대를 시작으로, 격벽 설치를 희망한 도내 모든 택시를 대상으로 올해 중으로 격벽 설치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백지영기자 bjy@gnnews.co.kr

 

경남도가 택시 기사를 승객 폭행과 코로나19에서 보호하기 위해 택시 보호 투명 격벽 설치 지원을 추진한다. 사진은 경남도 사업 추진에 앞서 김해지역에서 택시에 자체적으로 설치했던 격벽. /사진제공=경남도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