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 일본 ‘파친코 왕’ 한창우 회장
[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 일본 ‘파친코 왕’ 한창우 회장
  • 경남일보
  • 승인 2022.05.17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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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우는 1931년 삼천포에서 가난한 소작농의 5남매 중 셋째로 태어났다. 소학교 내내 1등을 할 만큼 우수한 두뇌의 소유자였지만 입학금이 없어 중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졸업 후 정미소에서 일을 하던 그는 읍장의 도움으로 중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그러나 읍장이 좌익인사라는 이유로 남로당 하부지도자로 몰리는 위기에 처하면서 신변의 위협을 느끼게 되었다. 1947년 10월 16세의 그는 쌀 두되와 영일사전만을 들고, 이미 일본에서 미장일을 하던 형을 찾아 일본행 밀항선에 몸을 싣게 된다. 시모노세키에 도착한 그는 당시 일본은 전후 혼란기였기 때문에 특별 영주자 자격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극심한 민족적 차별에 시달리며 고달픈 삶을 살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주경야독으로 공부에도 매진한 나머지 일본에 당도한 지 3년 만에 호세이대 경제학부로 입학해 정치경제학을 전공하고 졸업하게 된다. 대학 졸업 후에도 한국인 한창우를 받아주는 회사는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1952년 교토에서 20대의 기기를 놓고 파친코 사업을 하던 매형의 집에서 기거하게 됐다. 그곳에서 일을 도와주던 한 회장은 파친코와의 첫 인연을 맺게 된 것이다. 파친코 가게 운영에 어려움을 겪던 매형이 귀국하면서 파친코 기기를 인수해 직접 운영하기 시작했다.

주인이 바뀌고 파친코 기기의 승률조작이 없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문전성시를 이룰 만큼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하였다. 한 회장은 실제로 승률조작을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돈을 많이 잃은 사람들에게는 구슬을 더 주기도 하는 등 이익을 최소하면서 이른바 ‘박리다매’전략을 구사하였다. 그 전략은 성공적이어서 기계는 곧 20대에서 40대로 늘어나게 되었다. 파친코 사업이 잘 되자 그는 파친코 점 확장보다는 음악다방을 열게 된다. 명문대 출신에 클래식 음악 애호가로서의 자신의 장점을 살려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고급 음악다방을 오픈하게 된 것이다. 다방 이름은 이탈리아어로 ‘빛’ 또는 ‘광명’이라는 의미의 루체(luce)로 명명하였다. 클래식 음악이 흐르고 커피 한잔 가격이 우동 세 그릇 값만큼이나 비쌌음에도 루체는 큰 성공을 거두게 된다. 루체의 고전적이면서 우아하고 고급스런 분위기가 소비자의 취향을 저격하면서 명소로 떠오르게 된 것이다. 시대적으로도 일본 경제가 전후 회복기에 접어들면서 소비자들의 구매력도 살아나던 시기와 맞물리기도 하였다.

1967년에는 당시 일본에서 큰 인기를 누리던 볼링장 사업을 시작했지만 1차 오일쇼크가 발발하는 바람에 볼링장 매출이 곤두박질치게 되었다. 일본에서 세 번째로 큰 볼링장 건설에만 들어간 비용이 27억 엔이었다 보니 그로 인해 5년 만에 600억원의 부채를 지게 됐다. 그러나 1972년에 마루한을 설립하고 다시 파친코 사업에 전념했다. 그 결과 10년 후 그는 어마어마한 부채를 갚을 수 있었다. 새로운 브랜드로 무장한 한 회장은 1973년부터 5년 동안 미네야마, 카시와라, 시즈오카에 파친코 점을 오픈한 데 이어 교토 부 노다가와, 효고 현의 히메지, 고베, 오스키, 아카시 등지에 점포를 확장했고, 가는 곳마다 성공을 거두면서 일본 2대 도시인 오사카에 파친코 점을 개원하게 되었다. 1995년에는 도쿄에 7층짜리 일본 최대 규모의 파친코 장을 개업하였다. 2002년 2월에는 파친코 점 100호점을 돌파한 데 이어 2005년에는 매출 1조엔을 돌파하게 된다.

2002년 미국 경제잡지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억만장자에 일본 국내 22위에 선정되었다. 2015년에 포브스는 한 회장을 42억 달러의 재산을 보유한 일본 7위의 부호로 평가했다. 포브스가 발표한 ‘2017년 일본 50대 부호’ 명단에서 한 회장은 36억 달러의 재산으로 11위를 차지했다. 올해 91세인 한창우 회장은 그의 전 재산을 고국에 환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간 일본과 동남아시아 지역에 투자해오던 그가 인천 영종도에 여의도만한 크기의 복합레저 시절 ‘한상드림아일랜드’를 세우는 사업을 진행 중으로 오는 2024년에 완공예정인데, 사천시에서도 한 회장에게 투자 요청을 한 상태여서 사천지역에도 투자가 이루지지 않을까 기대되고 있다.

경상국립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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