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화로
마음의 연한 부분 물들여
하늘에 널어요
하루만 더
-양애경 시인의 ‘하루만 더’
문득, 마음이 순정해지는 때가 있다. 뭉클하거나, 가슴이 찌르르하거나, 두근두근하거나, 푸근해지거나, 온후해지는 것이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산길을 따라 지천으로 피어있는 산괴불주머니꽃을 보았을 때도 그랬다. 개울에서 밤낮 울어대는 개구리들의 떼창을 들을 때도 가슴이 두근두근한다. 며칠 전, 올해 들어 처음으로 뻐꾸기 울음소리를 들었다. 뻐꾸기 삶의 방식이야 어떠하든 그때도 가슴이 찌르르했다. 마치 남은 날이 하루뿐이라는 듯 생명력을 뿜어낸다. 간절함이 보일 때, 전이될 때 마음은 순정해진다.
저 홍화 색을 지어 입은 천이 사람의 마음을 가졌다. ‘하루만 더’가 얼마나 길고 순정한 시간인지를 아는 일. 누구일까. 색을 짓는 농부의 마음일까, 시인의 마음일까. (시인·두원공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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