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 자동차 디자인 거장 피터 슈라이어
[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 자동차 디자인 거장 피터 슈라이어
  • 경남일보
  • 승인 2022.05.31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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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시간 우연히 디자인 스튜디오를 지나가다 어둠의 정적 속에서 홀로 서 있는 피터를 본 적이 있습니다. 그는 자리에 서서 뚫어져라 차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무언가를 간절히 찾으려는 사람처럼 완전히 몰입해 있었습니다. 아무도 없는 시간에 홀로 고민하는 그의 모습에서 깊은 감동을 받았으며, 그러한 노력과 열정이 예술적 영감의 원천이라 믿게 되었습니다. 또한 피터는 아티스트로서 다방면의 예술에도 조예가 높습니다. 순수미술 분야에도 상당한 실력을 갖춘 피터는 저의 제안으로 서울에서 개인 미술전을 개최하기도 했으며, 한국적 아름다움에 대한 이해도 깊어 한국의 미를 자신의 디자인에 담아내는 등 끝없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는 현대자동차 그룹 정의선 회장이 2006년 기아차 사장으로 재임하던 시절, 기아 자동차 최고 디자인 책임자로 채용하였던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 중 한 사람인 피터 슈라이어(Peter Schreyer)에 대한 소감이다.

피터 슈라이어는 1953년 독일 바이에른주 바트라이헨할에서 태어났다. 1975년 뮌헨 응용과학 대학교 산업 디자인학과에 입학하여, 1979년에 공업 디자인 학위를 받고 졸업했다. 그는 대학교재학 중인 1978년 아우디 자동차에 인턴으로 첫 근무를 시작했다. 그 뒤, 슈라이어는 아우디 장학금을 받고, 졸업 직후인 1979년부터 1980년까지 런던 예술 대학에서 수송 디자인학과의 학생으로서 재적하여 석사 학위를 취득하게 된다. 그 후 독일로 돌아와 아우디와 폭스바겐에서 아우디 TT, 뉴비틀, 람보르기니 무르시엘라고 등을 연이어 성공시키며 유럽의 디자인 명장으로 주목받게 되었다. 2003년에 슈라이어는 독일 연방 공화국 디자인상을 수상하였다

2005년 초 기아가 유럽 시장에 집중하면서, 기아차는 미래 성장을 위해서는 ‘디자인’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하게 되면서 2006년 슈라이어를 최고 디자인 책임자(CDO)로 영입하게 된 것이다.기아 자동차에 스카웃된 슈라이어는 기아 자동차의 모든 차종을 완전히 새로운 스타일로 다시 만드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였고, 프랑크푸르트, 로스앤젤레스, 도쿄, 남양 디자인 센터 등에 있는 기아 자동차의 디자인 센터에서 디자인 관련 모든 활동을 총괄하였다. 2007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출전된 ‘키’(Kee) 컨셉에서, ‘타이거 노즈’로 알려진 새로운 통합 그릴을 도입했다. 2007년 인터뷰에서 그가 오기 전에 기아 자동차는 “평범한 이미지”였다고 지적했던 슈라이어는 “나는 강렬한 시각적 신호, 표, 식별자를 원했다. 차의 전면에는 이러한 인식이나 표현이 필요하다. 기아차는 새로운 얼굴이 필요하고, 나는 새로운 기아차의 얼굴은 강력하고 독특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가시성은 핵심적 요소이고, 그러한 얼굴은 멀리서도 단번에 기아차를 식별 가능하게 해야 한다. 기아의 전 차종에서 타이거 노즈 그릴을 볼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가 도입한 고유의 스타일을 바탕으로 기아가 세계인의 주목을 받는 계기가 된 K시리즈를 탄생시킨다. K5로 2011년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후 IF 등 국제적인 디자인 어워드에서 수상하였다. 세계적인 자동차 디자이너로서, 그리고 세계 자동차 산업의 선도적 위치에 오른 현대자동차의 디자인 경영을 진두지휘하며 2018년부터 현대자동차 그룹 디자인 경영담당 사장을 역임하고 있다. 그는 기아현대차와의 인연에 대하여 그의 저서 <디자인 너머>에서 다음과 같은 소회를 밝히고 있다. “현대와 기아의 미래를 디자인하는 일에 초대받은 건 디자이너로서 살아온 내 인생에서 전환점이 된 중요한 사건이었습니다. 그 덕에 내 인생이 바뀌었고, 나는 완전히 새롭고 도전적인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나는 한국을 사랑합니다. 한국 사람들의 놀라울 정도로 따스한 정을 사랑합니다. 오랫동안 한국의 문화와 생활양식과 음식과 미술과 공예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고, 한국은 이제 나의 두 번째 고향이 되었습니다. 정의선 회장을 만나 함께 일하게 된 것 또한 영광입니다. 무엇보다, 디자인을 최전선에 놓는 그 분의 비전을 공유하게 되어 기뻤습니다.”

경상국립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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