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은장도를 들어 만두피를 가르다
[경일춘추]은장도를 들어 만두피를 가르다
  • 경남일보
  • 승인 2022.06.01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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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영 한국음식문화재단 이사장·이학박사
박미영 한국음식문화재단 이사장·이학박사
 


유생들의 술자리는 조정에서 정한 절차대로 진행됐다. 마지막 안주는 대만두다. 은기의 뚜껑을 열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다란 복주머니 만두가 들어있다. ‘대만두’ 또는 ‘보만두’라고도 한다. 주빈이 은장도로 만두피를 가르면 여러 개의 알만두들이 나란히 앉아있다. 이것을 하나씩 나누며 결속을 다지는 피날레다.

대만두는 작은 만두피에 소를 넣고 반으로 서로 맞붙여 만두를 빚고 큰 만두피에 작은 만두 10개를 넣은 다음 복주머니 형태로 싸서 데친 미나리로 묶는다.

부잣집 도령 출신 허균은 맛난 음식을 많이 먹다가 유배를 가게 되자, ‘도축간을 바라보며 질겅질겅 씹는다’는 뜻의 ‘도문대작’(屠門大嚼)을 썼다. 허균은 대만두를 의주 사람들이 잘 만든다고 했지만, 꿩으로 만든 생치만두는 산이 많아 꿩이 많이 잡혔던 진주의 별미이기도 했다.(허균은 진주에 와 본 적이 없다)

꿩고기는 기름기가 적어 담백한 맛이 난다. 육수를 내기도 했으며 장조림도 만들고 만두소의 재료로도 사용했다. 갖은 양념으로 맛있게 간을 해 햇볕에 말리면 좋은 안주가 됐다. 특히 꿩고기를 얇게 저며 차가운 돌에 얹어 얼린 ‘동치회’는 겨울철 양반들의 별식이었다.

송골매는 꿩이 푸드득 나는 찰라, 시속 300㎞로 날아가 귀신같이 꿩을 잡는다. 매는 사냥으로 ‘잡는 것’이 아니라 하늘에서 ‘받는 것’이라 했을 만큼, 매사냥은 조선시대 남성들의 로망이었고 스릴 만점의 스포츠였다.

길들인 매로 사냥을 하는 것은 활로 짐승을 잡는 수렵 행위보다는 자연적인 방법이었다. 이를 방응(放鷹)이라고도 한다. 사냥을 하는 매는 송골매, 새끼를 길들여서 사냥에 쓰는 매를 보라매, 보라매를 해동청(海東靑)이라고도 부른다. 자연산 매를 산지니라고 한다.

술자리가 파할 무렵, ‘한림별곡’이 울려 퍼진다. 휘영청 달밤에 취기 오른 유생들이 한 목소리로 한림별곡을 노래한다. 고려가사인 한림별곡은 조선시대 귀족 모임의 애창곡이었다.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는 술자리, 교방음식의 맛과 멋, 문향(文鄕)이자 예향(藝鄕)인 진주의 낭만이 절정에 이른다.

‘아양이 튕기는 거문고, 문탁이 부는 피리, 종무가 부는 중금/명기 일지홍이 비껴대며 부는 멋진 피리 소리를/ 아! 듣고야 잠들고 싶습니다’ -한림별곡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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