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등과 의자의 거리는
불빛이 걸어갈 수 있는 거리
걸어가는 사람이 견딜 수 있는 어둠
당신 그늘의 무게는
당신을 견딘 저 의자만 알 수 있다
-천수호 시인 ‘2020년’
불빛이 비치는 만큼이 희망의 거리라면, 사람은 그만큼의 어둠을 견딜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저 희뿌연 하늘과 삭막한 사구는 바람만을 허용할 뿐, 사람은 들이지 않았다. 아니, 사람이 사라진 자리였다. 어느 해 여름이라거나 어느 해 가을이라고 말할 수 있는 한시적 시간이 아니라 2020년 한해, 그다음 해, 그다음 해까지.
한시적일 줄로 알았던 나와 당신 사이의 ‘거리’는 처음부터 무겁진 않았다. 저 사물들의 거리만큼만 공간의 경계를 지면 될 줄로 알았다. 조금만 견디면 될 줄로 알았다.
한시적인 것이 상시화하면서 우리의 삶에 내린 ‘어둠’과 인류의 어깨에 얹힌 ‘무게’를 속수무책으로 견디고 버텨야 했다. 2020년, 2021년 그리고 2022년 6월이 되었지만, 그늘은 짙다.(시인·디카시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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