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고향의 맛 순댓국이 그립다
[기고]고향의 맛 순댓국이 그립다
  • 경남일보
  • 승인 2022.06.08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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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섭 (캐나다 밴쿠버 한인 성당 근무)
김종섭


얼큰하고 칼칼한 국물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 날씨가 음산하거나 춥고 비가 오는 날에는 따뜻하면서도 얼큰하고 매콤함을 지닌 순댓국을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된다. 애주가들에겐 순댓국과 더불어 소주까지 곁들이면 안주 겸 식사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격이 된다. 한국의 탕(湯)은 국을 높여 부르는 말이기도 하며, 흔히 일반적인 국에 비해 오래 끓여 진하게 국물을 우려낸 것을 말한다고 하니 탕과 국은 비슷한 매력을 가진 한국 전통음식이 틀림없다. 순댓국, 순두부, 김치찌개, 설렁탕, 갈비탕, 매운탕. 종류도 무궁무진 다양하다. 한국에서 마음만 먹으면 어디서든 부담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먹을 수 있지만, 캐나다에서는 식당에서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제적인 것부터 먼저 생각을 하게 된다. 어쩌면 특별한 날 특별식과도 같다. 예전에는 팁도 대략 10% 정도면 가능했던 것과는 달리 요즘은 적어도 15% 이상은 지불해야 나갈 때 부끄럽지 않은 손님의 뒷모습을 남길 수 있다.

팬더믹의 환경에서 벗어나면서 팁만은 아니었다. 사소한 어느 하나 가격 상승에 적용을 받지 않는 것이 없다. 하루가 다르게 지속적인 고공행진에 돈의 가치는 곤두박질쳤다. 모처럼 휴일의 시간, 외식하는 날로 하루의 일정을 잡아 놓았다. 몇 주 전부터 먹고 싶은 음식을 생각해 두었던 것이 있다. 다름 아닌 막창 순댓국이다. 뭐 그까짓 순댓국 하나 가지고 휴일의 일정에 포함시켜 놓았을까, 반문을 제기하는 이도 있을 수 있겠지만, 이민 환경 탓에 순댓국마저도 이국땅에서는 극진한 대접을 받는 음식이 되어버렸다. 한국의 탕 문화는 고향의 음식과도 같았다. 싼 가격에 주머니 걱정이 없고 맛에는 은은함의 정겨움을 담고 있다.

지금쯤은 한국도 순댓국 한 그릇이 많이 올랐겠지만 아직은 캐나다만큼의 부담 가는 가격은 아닐 듯싶다. 사실 일반적인 순댓국은 평소에 많이 먹어 보았지만 막창으로 만든 순댓국은 캐나다 와서 처음 먹어보는 음식 중 하나이다. 얼큰함에 소주까지 합세하면 2인 기준으로 환산하면 대략 한국돈으로 6만원 정도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팬데믹 전에 비하면 가격뿐만 아니라 양도 현저하게 줄어든 느낌도 든다.

이민 오기 이전인 1997년도에 6개월간 캐나다에 체류한 적이 있었다. 삼겹살이 먹고 싶어 정육점에 가서 삼겹살 비슷한 부위를 찾아 만들어 먹었던 기억이 생소하다. 이제 이곳 캐나다에서도 한국음식이 진화하고 있다. 예전에는 닭발이나 닭똥집(모래집). 족발 또한 가공과정에서 먹지 못하는 부산물로 분류되어 음식물 쓰레기로 버려졌다고 한다. 지금은 가공류로 분리되어 캐나다인들이 자주 찾는 대형 스토어에서도 판매가 되고 있다. 이 또한 이민 사회 역사의 쾌거를 이루어낸 셈이다. 한때 한국식당에서 반찬으로 나오던 김치가 샐러드로 변신했던 시절도 있다. 지금은 밥과 함께 먹는 반찬이라는 것을 많은 캐나다인들이 인식을 하고 있다. 막창순대는 한국인뿐 아니라 맛을 한번 느껴본 캐나다인들도 담백한 맛의 매력에 다시 한인 식당을 찾는다. 한국의 전통음식에는 한국의 정서와 함께 그리움도 곁들여 있다. 한국이 아닌 이국땅, 비롯 가격은 비싸지만 탕 문화를 즐겨 갈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잠시 그리움을 내려놓고 맛에서 고국을 찾을 수 있었던 휴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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