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지역 ‘반도체 인력전쟁’ 시작되나
수도권-지역 ‘반도체 인력전쟁’ 시작되나
  • 이홍구
  • 승인 2022.06.12 16: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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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교육부에 인재 육성 특별지시
수도권 대학 입학정원 규제 완화 등 검토
“지역균형발전 역행 우려” 위기감 고조
정부가 반도체 인력 육성정책에 따라 대학의 관련학과 정원 확대 등 수도권 규제완화를 검토하자 수도권 쏠림현상 심화 등 지역균형발전 취지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2일 대통령실과 정부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반도체 인재 양성을 위해 수도권 대학의 정원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지난 8일 수도권 인구 집중을 막기 위해 수도권 대학 입학정원을 규제하는 수도권정비계획법을 손 볼 수 있다고 했다. 장 차관은 “학부 이상 대학에서 반도체 관련 인력을 산업계가 원하는 만큼 키워내야 하는데 대학에 대한 규제가 걸림돌로 남아 있다”면서 “기존보다 파격적인 대안들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총량규제 안에서 할 것인지, 전략산업이라는 점을 고려해 예외로 (정원을 늘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줄 것인지 논의 중”이라며 “수도권 규제에 특례를 적용하겠다고 해서 원래부터 지방대로 갈 수험생이 수도권으로 간다고 볼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지난 9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를 방문해 첨단 분야 인재양성의 ‘컨트롤 타워’ 기능을 주문하고 범정부적 지원을 약속했다. 한 총리는 “첨단산업 육성은 인재 양성 전략이 핵심”이라며 “교육부가 거대한 멍에를 진 것”이라고 했다.

정부의 이같은 입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반도체 인재육성 의지와 맞물린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국무회의에서 반도체 산업을 거론하며 교육부를 질타했다. 윤 대통령은 “반도체 산업이 잘 되려면 교육부가 잘해야 한다”면서 “교육부는 과학기술 인재를 공급하는 역할을 할 때 의미가 있다”고 했다. 이어 “교육부가 그런 인재를 키워내는 개혁의 주체가 되지 못하면 교육부가 개혁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경고성 발언도 덧붙였다.

정부가 반도체 인력 육성을 명분으로 수도권정비계획법을 개정이나 특별 예외 규정으로 수도권 대학 정원 총량 규제를 풀 움직임을 보이자 당장 지역에서는 “지방대를 다 죽이는 수도권 편중정책”이라는 불만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대통령직 인수위 때 내건 ‘지역대학 인재육성을 통한 균형발전’이란 지방시대의 국정과제와도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대학교육연구소는 “지금 대학은 초유의 학령인구 감소로 수도권 주요 대학을 제외하고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면서 “대통령 말 한마디에 교육부가 수도권 대학 반도체 관련 학과 증원 검토를 곧바로 들고 나온 것은 현재 우리나라 대학이 처한 상황을 역행하는 것”이라고 했다. 강기정 광주시장 당선인도 “반도체 인력 양성은 꼭 필요하지만, 수도권 대학에만 반도체 학과 입학 정원 증원을 맡겨서는 안 된다”며 “올바른 증원 방향은 지역 대학이 우선하고, 부족하면 수도권 대학으로 하는 것”이라고 했다. 지역의 한 대학 총장은 “대학의 입학자원이 고갈되고 모든 것이 수도권으로 모이는 현상에서 아무리 반도체 관련 인력양성이 급하다 해도 수도권 대학에 대학의 반도체 등 첨단분야 관련 입학정원을 늘려준다는 것은 국가의 지역균형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첨단분야 관련 인력양성과 광역지자체의 산업발전 정책이 따로 놀 수 없게 그 인력양성정책을 광역단체장과 지역대학들 협의체에게 맡겨야 한다”고 했다.

수도권 대학 지원책으로 수도권 집중 논란이 다시 불거지자 정부는 ‘당근책’도 동시에 제시했다. 한 총리는 “수도권과 지방(대학)에 비슷한 숫자의 증원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인원은 수도권과 지방 비슷하게 늘리고, 자원은 지방에 더 갈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도 최근 창원대에서 열린 ‘2022 제2차 전국국공립대학교총장협의회’에서 “가칭 국립대학법 제정을 통해 국립대학의 역할 강화와 자율성 확보 방안을 제도화하겠다”며 지역 거점국립대의 학생 1인당 교육비를 높여 연구중심대학으로 육성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지역에서는 “첨단기업과 관련 연구소가 전무한 지역 실정을 무시하고 수도권 대학과 지역대학의 기계적 형평성만 강조하면 지역대학의 반도체 학과는 오히려 미달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며 “기업-연구소-대학 등 지역의 첨단산업 생태계 구축에 대한 고민이 선행되지 않으면 수도권 쏠림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경고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홍구기자 red29@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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