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 윤 정부에 바란다
[경일포럼] 윤 정부에 바란다
  • 경남일보
  • 승인 2022.06.14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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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홍 (경상국립대 명예교수)
임규홍 명예교수


세상 앞날은 누구도 알 수가 없다.

작년 이맘때만 해도 당시 여당의 윤석열 검찰총장이 야당의 대통령이 될 거라고 그 누가 상상이라도 했겠는가. 어떨결에, 우여곡절 끝에 어쨌거나 윤석열 검찰총장은 천운을 타서 대통령이 됐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지 한 달 남짓 됐다. 그 동안 우리가 익히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매일 일어나고 있다. 민주 진보 세력들이라고 하는 사람들 자기들이 해야 할 법한 일들을 지금 보수 정권에서 하고 있다. 우리의 진보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고, 지금 보수가 진보처럼 기존의 틀을 깨뜨리고 나아가는 꼴이 됐다. 보수가 진보스럽고, 진보가 보수스럽다.

‘기득권 내려놓기’와 ‘권위에서 벗어나기’와 ‘틀 깨뜨리기’와 ‘국민과 함께하기’를 윤 정부에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쩜 진보는 지금 윤 정부의 이러한 파격을 말하고 싶지도 않을 것이고, 속으로는 한없이 부러워하면서 자기들이 먼저 하지 못해 후회할지도 모른다. 이러한 걸음은 앞으로 더 지켜보아야 하겠지만 지금까지 하는 걸 보면 결코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그러나 곳곳에 독선과 독재로 흐를 조짐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권력이란 속성이 원래 사람을 그냥 두지 않는 요물이디. 그래서 권력에 취하면 자기도 모르게 눈이 멀어지고 판단력이 떨어지게 된다.

지난 대통령 선거 때 대통령 후보 토론에서 이재명 당시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eu택소노미’와 ‘re100’을 모른다면서 무식하다고 몰아세운 적이 있었다. 이 후보는 남들이 쉽게 알 수 없는 알량한 외국어로 된 정책 이름으로 남을 비웃고 자기의 지식을 자랑질했던 것이다. 외래어로 서민을 우롱했고 얄팍한 낱지식으로 잘난 척하고 오만하게 굴었다. 그리고 그들이 싫어한다는 제국주의의 언어 식민의식에 깊게 물들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고 노무현 대통령은 국어기본법을 만들었다. 어려운 한자어와 외래어로 국민들을 눈멀게 하지 못하도록 했다. 공공기관에서 쓰는 모든 말을 누구나 알 수 있도록 쉽고 바르게 쓰도록 했다. 그게 언어의 민주화다. 세종 임금이 한글을 창제한 뜻도 그와 마찬가지다. 문재인 정권은 고 노무현 대통령을 이어받은 정부라고 자랑했지만 노 대통령이 만든 국어기본법을 지키기보다는 반대로 국어의식이 전혀 없는 쪽으로 나갔다. 공공언어에는 국민들이 알지 못하는, 말도 되지 않는 어려운 외래어를 마구 생각 없이 써재꼈다. 그리고 어려운 외래어로 정보를 독점하고 권위의식과 선민의식에 사로 잡혔던 것이다. 그래서 지금 우리 공공언어는 엉망진창이 됐다.

윤 정부에 바란다.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주고 진정 국민 곁으로 간다고 했으니 말과 글도 오롯이 국민에게 돌려주기 바란다. 모든 국민들이 알 수 있는 쉬운 우리말과 우리글로 나랏일을 해주기를 바란다.

지금 윤 대통령이 하고 있는 혁신이 진정성이 있다면 나랏말과 글에 대한 생각, 언어정책도 지난 정권에서 할 수 없었던 놀라운 정책으로 개혁하지 않을까 속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공 기관에서 사용하는 모든 공문서의 말과 글, 건물밖에 걸어 놓는 모든 말과 글, 정책 이름들과 알림글들을 국민 누구나 알 수 있는 쉬운 말로 써도록 과감하게 개혁해 주길 바란다. 그것이 지금 윤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국민과 함께’라는 정부 정책의 흐름과 민족 정신에도 맞아떨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윤 대통령다운 한글세대의 생각이다.

어떤 경우라도 국민이 말과 글로 불이익을 받지 않아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공정이고 평등이며, 진정한 언어의 민주화이며 정보의 민주화다.

윤 정부가 이 일을 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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