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관광도시란 이름이 부끄럽다
[현장칼럼]관광도시란 이름이 부끄럽다
  • 문병기
  • 승인 2022.07.04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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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기



사천시를 ‘해양관광거점도시’라 부른다. 그만큼 관광산업을 사천의 미래를 책임져줄 중요한 산업으로 생각한다는 뜻이다. 관광산업을 흔히 ‘굴뚝 없는 산업’이라고 한다. 주어진 환경을 잘 활용만 한다면 공장이 없어도 충분히 산업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파리나 로마 등 세계적인 관광도시들이 연간 수천만 명의 관광객들을 끌어 모으는 것이 이를 대변하고 있다.

이들 만큼은 아니지만 사천시도 관광도시로의 변신을 꿈꾸고 있다. 과거 사천은 농·수산업에 의존해 왔다. 이후 KAI가 들어오면서 항공우주산업도시란 이미지는 강해졌지만, 관광도시 사천은 어딘지 모르게 낯설고 어색하다. 사천하면 딱히 떠오르는 대표적인 관광지나 시설이 없다. 우리나라 어디쯤 붙어 있는 지도 모를 낮은 인지도, 그저 그런 산과 바다, 그리고 스쳐지나가는 지역 정도로 각인된 게 현실이었다.

그러다 언제부턴가 관광산업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통영이나 여수 등 인근 지역들이 관광산업으로 대박을 터뜨리자 뒤늦게 자극을 받은 것이다. 여기에 민선시장들마다 앞 다퉈 공약으로 채택하면서, 관광도시 사천이란 수식어가 붙게 됐다.

그 덕분일까. 내세울 것 하나 없던 사천에도 볼거리가 생겼다. 한려수도의 쪽빛바다를 오가는 케이블카와 경남 최초 아쿠아리움도 들어섰다. 이들은 연간 백여만 명의 관광객을 끌어 모으는 효자상품이 됐고, 관광도시 사천의 이미지를 한 단계 끌어 올리는 촉매제가 됐다. 이를 계기로 사천시도 관광인프라 확충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사천시의 전체 예산 중 관광 관련 분야 사업비는 1.88%(144여 억원)에 불과하다. 쥐꼬리만 한 사업비로 새로운 관광시설을 만들고 대규모 인프라를 구축한 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다보니 핵심사업 추진은 엄두도 못 내고 ‘수박 겉핥기’식으로 허송세월만 보내고 있다.

예산이 부족하니 모든 게 생색내기다. 관광도시란 낮은 인지도를 높이고 관광객을 끌어 모으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마케팅이 중요하다. 그런데 올해 사천시의 마케팅 예산은 고작 3억원에 불과하다. 인근 통영이 12억원, 여수가 28억원임을 감안하면 부끄러운 수준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예산으로 무슨 홍보를 하고, 어떻게 관광객들의 발길을 사천으로 돌릴 수 있게 만들겠는가.

여기에 삼천포대교 야간경관조명 문제는 관광도시 사천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준다. 삼천포대교는 지난 2003년 준공한 창선·삼천포대교의 5개 교량중 하나이다. 아름다운 주변 경관에다 화려하고 웅장해 개통과 동시에 사천을 대표하는 관광지가 됐다. 시는 이곳에 경관조명을 설치해 여수 밤바다를 능가하는 전국 최고의 야경명소를 만든다며 25억 여 원을 투입했다. 시의 예상은 적중했다. 삼천포대교 인근 야경을 보기 위한 발걸음이 이어졌고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자 조명등 변색과 시설노후화로 잦은 고장이 발생했고, 덩달아 유지관리비와 전기세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급기야 시설물의 수명 연장을 위해 주 3일 경관 등을 켜는 꼼수까지 등장했다. 전면 교체 외엔 뾰족한 대안이 없는데 40여억원의 사업비가 발목을 잡고 있다.

삼천포대교 일대의 야경은 전국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사천의 대표 관광지이다. 더 많은 사업비를 투입하고 활성화시켜도 모자랄 판에, 예산타령으로 허송세월을 보내는 것이 사천의 현실이다. 그러는 사이, 실망한 관광객들의 발길은 사천을 떠나고 있다. ‘관광거점도시 사천’이란 말이 부끄러울 수밖에 없다.

문병기 서부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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